대형산불 영동 천태산 가보니…

   
 
  ▲ 지난해 4월27일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 일대 24ha가 초토화됐다. 불에 탄 현장 곳곳에는 아직도 화마의 흔적이 짙게 남아 산불의 참혹성을 경고하고 있다.  
 

4일 오후 충북 영동 천태산(해발 715m). 아직도 1년전 화마의 흔적은 여전했다. 황폐해진 산을 복구하기 위한 대규모 조림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황량한 곳이 많았다. 다만 화마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천년고찰 영국사가 제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뿐이다. 지난해 4월27일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 움막생활자의 실화로 시작된 불은 천태산으로 옮겨 붙어 사흘 동안 이 일대 산림 24㏊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 산불은 초속 7m 안팎의 강풍을 타고 번져 나가 연인원 4천여명의 진압인력과 헬기 38대, 소방차 71대 등이 동원돼서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한때 영국사까지 소실 위기에 몰려 소방당국과 신도들이 투입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산불은 양산면 호탄리와 누교리 민가 앞까지 덮쳐와 4개 마을 166가구 444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로부터 1년. 천태산은 평온해 보이나 여전히 불 탄 흔적들은 곳곳에 남아 있다. 검게 그을린 채 죽어간 소나무며 새까만 바위들은 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20년 동안 천태산 등산로를 개발하고 지켜온 배상우씨(74·영국사 신도회장)는 지난 한해가 지옥이었다. 산 곳곳에 매달아 놓은 로프를 점검하고 안내판을 손질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훼손 현장을 볼 때마다 비참한 심정 속에 살았다.

배 회장은 “진달래 새순이 돋는 등 일부 소생하기는 하지만 옛 모습으로 복원된 산을 살아생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산불이 난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도 산 속에서 불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또 “산불감시를 산 아래뿐만 아니라 정상으로 이동하면서 할 필요가 있다”며 산불감시 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천태산에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불탄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에는 갖가지 들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비가 내리자 새순도 돋아나고 있다. 비온뒤 영국사의 모습은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영국사 주지 청원 스님은 “사찰 주변의 문화재들이 다소 피해를 입긴 했으나 빠르게 복원돼 다행”이며 “관광객들도 예전 못지 않게 찾고 있어 역사 유물을 관람하고 있다”고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영국사의 대웅전(충북도 유형문화재 61호)은 해체 복원돼 지난 2월6일 낙성식을 가졌으며 망탑봉 삼층석탑과 석종형부도, 원구형부도 등도 올해 1억1천만원을 들여 해체보수할 계획이다.

사찰주변 발굴조사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1천400여년 전 창건 당시의 사찰규모로 복원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동군은 다음달까지 천태산 복구에 2억7천만원을 투입한다. 32㏊의 산림에서 죽은 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와 잣나무 등 2만8천그루를 심을 방침이다.

사찰주변에는 은행·단풍·산벚나무 등을 심어 경관림을 조성키로 했다.

군 관계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산이니 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살아날 수 있도록 조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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