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한파와 폭설 속에서 한 해가 갔고 새해가 밝았다. 어릴 적부터 아무리 추워도 새해가 되면, 새벽에 일어나 꽁꽁 언 달천강을 건너 앞산에 올라 일출을 보며 새해 다짐을 하곤 했다.

어느 해는 남산을 오르기도 했고, 이십대 초반부터는 친구들과 월악산 영봉에 오르고, 하산 후 수안보 온천물에 몸을 담그던 일을 통과의례처럼 했다. 해마다 정초에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산행을 한다고 해서 삶이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묵은 해를 돌이켜보고 후회하고 반성도 하며 새해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새 마음을 다지던 일들이 큰 힘이 되곤 했다. 비록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새로운 결심을 하며, 저마다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새기고 또 새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청춘시절에 해마다 했던 새해 다짐들은 주로 무엇을 배우겠다는 것이었다. 나이를 좀 더 먹으면서는 다이어트나 금연, 절주 등 건강관리에 대한 다짐을 하곤 했다.

오십이 넘어서는 삶의 태도에 대한 다짐을 주로 한다. 새롭게 무엇을 배우는 것도 어렵고, 건강관리야 이제 매일 신경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되었다. 새로운 것, 모르는 것은 배워야겠지만 어느 특정 분야의 지식을 쌓아 전문가가 되기에는 이미 늦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삶의 한고비가 꺾여 내려가는 시기라 생각하니, 이제는 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올해에는 유난히 추워서인지 연말에 독감이 걸려 집밖에 나서지 못했다. 약을 먹고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무기력하게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로 취소되었던 새해맞이 행사가 올해에는 한파 속에서도 많은 곳에서 개최되어 SNS나 유튜브를 통해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새해 다짐을 했다.

첫 번째로 다짐했던 것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뒤로 미루지 말자는 것이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마음속에 묻어둔 일들이나 만남을 미루지 말고 떠올랐을 때 바로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잡아 추진하자는 것이다. 오랫동안 후회 속에서 살아온 만큼 이제부터는 후회와 미련을 남기는 일을 줄였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단점을 인정하고 고치려 노력하자는 것이다. 살아갈수록 고집만 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생각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해야겠다. 내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함부로 단정 짓고, 남을 가르치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이것을 꼭 고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먼저 듣고 수용하지 않으면 여럿이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꼭 실천하고 싶다. 

또 하나는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여행이나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한다. 몸이 늙어가도 마음만은 청춘인 만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깊이 새기고 싶다. 나의 새해 다짐들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실천하며 올 한해도 열심히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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