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길순 소설집 ‘동학 이야기’ 출간…구전 이야기 26편으로 구성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소설가 채길순의 신간 소설집 ‘동학 이야기’(국제문학사·2만원·사진)가 출간됐다.

이 책은 5천년 민족사에서 다시 개벽을 주창한 동학 창도주 최제우는 우리에게 어떻게 남았는지, 2세 교조 최시형의 38년 도망자의 포교 생애, 1894년 동학농민혁명 시기에 불꽃처럼 스러져간 민중의 처절했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꺼져간 동학농민혁명의 불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시 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이 소설집은 동학 전후 시기에 민중의 입에서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를 26편의 단편소설로 구성했다.

26편의 소설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양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의 목소리도 다양하다.

동학 창도자 최제우와 동학 포교자 최시형, 동학 동학농민혁명 시기에 이름 없이 스러져간 민초와 동학농민혁명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동학 민중을 핍박하는 이와 핍박을 당하는 이, 동학농민혁명의 승자와 패배자, 어른과 아이, 외국인 등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통한 다성성(多聲性)으로 입체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동학 창도로부터 지금까지 동학농민혁명의 사적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학 창도주 최제우는 오랜 주유천하와 피나는 수련 과정 끝에 신비한 영적 세계를 체험했다. 그는 자신이 체득한 영감과 감미로운 소리와 별천지에 대한 체험을 종교나 자신만의 관념이나 안위에 머물지 않고 헐벗은 민초에게 다가갔다. 세계 어떤 종교 지도자도 계급과 차별 타파를 건드리지 못해 오늘의 이기적인 거대 종교 카르텔을 형성하게 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팽개쳐졌던 사람이 마침내 ‘내가 하늘’이라는 현실적인 진리에 눈뜨게 되었고, 차별과 불공정의 사회 질곡에 저항하는 동학 민중이 되었다.

채길순 작가는 “최제우는 19세기 말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불안한 국제 정세와 탐관오리의 횡포로 민초의 삶이 극도로 황폐해져 ‘더는 살 수 없는’ 세상임을 진단하고 대안으로 동학(東學)을 창도했다. 동학의 핵심 사상은 “모든 사람이 하늘을 모셨으니,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평등이었다. 모두 하늘같이 귀한 존재”라며 “1894년, 마침내 조선팔도를 뒤흔드는 동학농민혁명이 전개되어 10만여 민중이 희생됐다. 이렇게, 우리 민중은 스스로 세상을 변혁할 혁명적인 역량을 지녔고, 죽음으로써 우리 고유의 ‘민주주의 제단(祭壇)’을 쌓은 위대한 역사가 있었다. 이 소설은 동학·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라고 밝혔다.

채길순 작가는 덧붙여 “오래전부터 여러 마을을 떠돌았다. 신문과 잡지에 동학 기행문을 연재하기 위해서다. 마을 경로당이나 팽나무 그늘에서 노인들로부터 아련한 동학 옛날이야기를 듣곤 했다. 역사기행이라 역사의 큰 덩어리를 걸러냈더니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가 남았다.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흥미 있는 이야기를 반죽하여 빚었으니 ‘동학 이야기’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며 이 소설집의 취지를 전했다.

 

이 소설집 속의 이야기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만 백성들의 숨 가쁜 이야기거나, 이들을 죽인 지배자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옛사람과 지금 사람, 핍박하는 이와 핍박을 당하는 이, 승자와 패자, 영웅이거나 이름 없는 민초, 어른과 아이, 외국인 등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채길순 작가는 1983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1995년 한국일보 광복50주년기념 1억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흰옷 이야기’가 당선되었다. 대하소설 ‘동트는 산맥’(7권), 장편소설 ‘흰옷 이야기’(3권), ‘웃방데기’ 등이 있다. 기행 책으로 ‘새로 쓰는 동학기행1, 2, 3’을 내기도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