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무기력하기만 한 경찰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자치경찰의 역할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법을 비롯한 자치경찰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치안업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지휘·감독하게 하는 제도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시·도지사 소속 독립행정기관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한다.

자치경찰 사무는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등 민생 분야 일을 주로 맡는다. 안전사고, 재해·재난 긴급구조 지원 등도 명시돼 있다. 나머지 경무, 외사, 정보, 보안, 112상황실, 수사, 형사 등은 국가경찰(경찰청장) 내지는 수사경찰(국가수사본부장)이 담당한다.

그런데 주민생활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는 국가경찰인 112상황실 소속이다. 주민밀착형 안전관리 사무담당은 자치경찰이지만, 실제 자치경찰위가 현장에서 지휘할 수 있는 인원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기대했으나 제도 시행에 따른 변화도 크게 체감되지 않고 있다.

충북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아 도민 1천4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도를 모르는 응답자가 21.2%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자치경찰 인지도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과거 경찰 제도와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9월 13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생활안전을 위해 폐쇄회로(CC)TV 등 범죄 예방시설 확충을 요구했다. 이

어 순찰 강화(46.5%), 범죄취약지 환경개선(45.7%), 홍보 강화(16%), 주민참여 치안활동(13%) 순으로 답했다.
자치경찰제도 발전을 위한 의견도 제안했다. 주민과의 협업·참여·소통 증진(51.8%)을 가장 많이 꼽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 강화(40.7%), 치안행정과 지방행정 협력 강화(34.4%) 등도 강조했다.

법적으로 다중밀집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를 관리하거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업무는 자치경찰 소관이다. 그러나 자치경찰위가 사회질서 유지 및 안전을 위한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섰다는 지자체 소식은 접해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혼잡 경비나 안전관리 업무는 자치경찰 사무인데 실제 지휘 감독은 국가경찰이 하면서 이태원 참사 같은 위기 상황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자 조직도, 현장 인력도 없는 반쪽짜리 자치경찰로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국가경찰과 명확히 분리하고 시·도 자치경찰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원화를 서둘러야 한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상호 협력 체제 구축 등 현 경찰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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