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갈등(葛藤)은 한자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어 있는 모습으로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사회에서 갈등은 보편적인 현상이고 인간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사회학이나 심리학 등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기능적으로 사회의 갈등에 대하여 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많이 이야기한다. 순기능적인 시각에서는 헤겔의 변증법에 의하여 갈등을 변화와 발전의 동인으로 이해한다.

변증법에 의하면 정(正)의 단계가 성숙해지면 밖으로 모순이 드러나면서 반(反)의 단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정과 반이 갈등을 빚으면서 정의 요소와 반의 모순이 함께 살아나는 새로운 합(合)으로 이행된다는 것이다. 갈등의 긍정적 모습을 우리는 싸우면서 크고,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한다. 갈등이 이처럼 되기 위해서는 타협과 조정이라는 민주적 정치적 의사결정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반대로 역기능적 차원에서 갈등 현상으로 전쟁, 경쟁, 투쟁, 불일치, 폭력, 혁명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의 붕괴, 공동체 의식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들 갈등의 목적은 상대를 통제 또는 제거하려는 의도를 가진다.

사회체제에서 갈등은 나누어지고 나누어진 것 간에 불평등이 있을 때 생긴다. 우리 사회는 계급제에 의한 신분사회의 갈등이 근대화 과정에서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남북이 갈라지고, 60년대 이후 불균형 성장에 의하여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구분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역량은 커지지 않고 싸움의 기술만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커다란 갈등은 정치체제의 갈등이다. 우리의 정치체제 갈등은 변화와 발전을 위한 갈등, 이념 간의 갈등이기보다는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갈등이다. 지금 여당과 야당의 갈등이나 매주 광화문을 메우고 있는 소위 보수와 진보의 집회는 변화와 발전을 위한 타협과 조정의 갈등이 아닌 상대를 몰아내고 제거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러한 갈등은 변화와 발전의 동인이 아닌 사회발전의 걸림돌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갈등을 싸움이 아닌 변화와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조장할 수 있는 집단이나 메커니즘이 너무나 부족하다. 언론을 비롯한 매스컴은 갈등이 아닌 싸움을 부추기고 있고, 지식인도 편을 가르거나 숨을 죽이고 있으며, 국민들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불구경 싸움구경이라고 하듯이 그 싸움구경에 넋이 나가 있다.

정치는 사회체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정치는 정치가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기능이다. 초등학교의 교실에서부터 기업의 노동조합과 여의도 정치에까지 갈등을 인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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