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값 폭락이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간 가공용이 아닌 밥쌀용 수입쌀이 2만t(톤) 넘게 시중에 풀린 것으로 알려져 농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은 지속되고 있지만,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내림세가 가속화 하고 있다. 쌀값은 하락하지만 농촌 인건비 및 농자재값은 인상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산지 쌀값이 급락하면서 전국 쌀 평균 도매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유통비가 포함되는 도매가격보다 산지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될수록 농민들의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쌀 가격이 추락하는 주요 원인은 공급과잉 때문이다. 지난해 미곡생산량은 388만1천601t으로 전년보다 37만5천22t 증가해 2015년 이후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소비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2만7천158㏊로 전년(73만2천477㏊)보다 0.7%(5천319㏊) 줄어들었지만, 이마저도 쌀 소비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소비량과 생산량의 불균형으로 재고량도 증가하고 있다. 매월 재고 소진물량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10월 말 구곡 재고는 15만~18만t, 올해산 신곡은 33만~39만t으로 총 50만t 이상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가뜩이나 재고 쌀이 잔뜩 쌓인 상황에서 가을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쌀값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도 있다. 쌀 풍년에도 농민들은 쌀값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매년 공공비축미로 35만t을 매입해왔으나 올해는 매입 물량을 10만t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 공급을 줄여 쌀값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지만, 이미 재고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격리는 정부가 일정량의 쌀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유통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쌀 과잉 생산에 따른 시장격리에서 매입 물량이나 시기에 있어서는 현장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지난해 초과 생산분 이상을 시장격리 조치했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재고량이 많아 가격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시기와 수급 조절이 정확해야 했다.

문제는 올해와 같은 쌀값 하락세가 수확기를 지나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과잉 생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실행해야 한 한다. 지속 가능한 쌀 산업을 위해 장기적인 수급 안정과 재배면적 관리, 소비처 다양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우선돼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해 국회가 처리한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쌀값 하락 등 요건이 충족되면 쌀을 의무적으로 시장격리하고, 논 타작물 재배사업 등 생산조정을 통한 공급과잉을 예방해 쌀값을 정상화하는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본회의 통과까지 남은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쌀 값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민의힘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추고 ‘양곡관리법’의 조속한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당장의 가격 안정을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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