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병리학자들은 인간의 면역력이 약하면 인체에 들어온 병균들은 뭉쳐서 활성화되지만, 면역력이 강하면 병균들은 뿔뿔이 흩어진다고 한다. 닭장에 삵이 들어오면 닭들은 한곳으로 모이고 안정된 닭장에서는 먹이를 찾아서 제각기 흩어져서 돌아다닌다.

인간사회도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면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의 사색당파는 임진왜란으로 시작된 나라의 혼란으로 발생하였다.

지금 여야가 싸우고, 당내에서는 당리당략에 의하여 편을 가르고 아사리판이 되어 있다. 이처럼 권력을 가지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이 격화되면 제3의 목소리인 민심에서 길을 찾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프랑스 혁명이 그러했고, 가까이는 우리의 촛불 혁명이 그러했다.

이규태 선생은 그의 글에서 조선 시대 민심정치(民心政治)로 역사에 덕망을 얻은 이원익(李元翼)이 당파에 편들지 않음을 책하는 이식(李植)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좀 앉게나. 가령 두 사람이 술에 취하여 서로 붙들고 때리고 욕하며 언덕 밑으로 굴러 싸운다 하자. 한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말로 타일러 말리다가 취한 사람들이 듣지 않으매 그제는 직접 달려 들어가 말리는데 드디어 한데 섞여 밀고 당기는 것을 못 면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민심정치를 제도화한 것이다. 서로 다른 민심으로 정당을 만들고, 그 민심이 바뀌면 정권이 바뀌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심인 여론이라는 것이 매스컴과 다양한 매체에 의해서 조작되고 왜곡되는 성격도 있지만, 그 흐름이라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민심이 위기상황을 넘어서고 있다. 올바른 정책으로 나빠진 여론은 그 정책의 효과나 나타나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여론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집권당의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 신뢰의 위기에서 발생한 여론이다.

개인적 신뢰의 위기는 정책에 대한 위기로 나타나서 사람들은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민심은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민심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민심은 말로 다스릴 수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변한다. 민심을 모래알처럼 보아서는 안 된다. 민심은 언제나 돌이 되고 바위가 될 수 있다. 민심을 법과 정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민심은 법 위에 있다.

민심이 두려워서 꼼수를 부리고, 민심을 얻기 위해 나라 곳간을 비워서도 안 된다. 그렇게 얻은 민심은 쉽게 변한다. 민심을 저항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민심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저마다의 소리이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막거나 논리로 거스르면 더욱 터지게 된다.

“민심을 파악하면 통치가 순조롭고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묵자(墨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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