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간 내 고장 발전과 내 가족의 풍요로운 삶을 책임질 지역 일꾼들이 선출됐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행사요, 축제다. 비록 선거운동 과정이 격렬한 만큼 후보자 진영 간에 앙금도 많이 쌓였겠지만, 결과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 승자와 패자 모두 지혜롭게 승복하고 화합하는 모습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선거문화가 한층 성숙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본연의 취지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거대 양당 정치가 공고한 현실에서 ‘지방의원은 더 이상 선출직이 아니라 공천 정당의 임명직’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파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무투표 당선자는 무려 509명(비례 포함)에 달했다. 이는 전체 선출 인원(4천132명)의 12.3%를 차지한다. 4년 전 지방선거보다 5배가 넘는 무투표 당선자 숫자다.

충청권도 기초의원 28명이 의회에 무혈입성했다. 충북이 8명, 대전 8명, 충남 12명으로 모두 2인을 선출하는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1명씩 공천해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했다. 유권자의 자질 검증도 없이 주민 대표가 된 것이다.

무투표 당선자의 급증은 그만큼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히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십년째 한 개의 정당이 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영남(국민의힘)과 호남(민주당)에서 극명했다. 특정 정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이다 보니 다른 후보들이 아예 등록을 포기한 탓이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경선이라는 형식을 통해 공천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지역구 국회의원 등 중앙 정치인의 입김이 결정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다. 중앙의 눈 밖에 나서는 지역 일꾼 노릇도 못한다는 얘기다. 지역은 없고 정당만 있는 지방선거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재점검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제는 지방의 일은 그 지방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제도다. 지역의 사정을 잘하는 인물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뽑아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정책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런데 이런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할 일꾼을 중앙의 눈치나 보는 인물로 채우니 저조한 투표율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선거로 전락하는 것을 더는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 특정 정당의 쏠림을 막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당공천 폐지 내지는 복수공천 금지, 중·대선거구제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 소멸 위험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젊고 우수한 인재들의 지역 정치권 진입이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가 지방자치에 반영되도록 지방선거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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