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으로 의무인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집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읽어보았다. 내가 투표해야 할 선거구에서는 7번을 투표해야 하고 전체 출마자가 27명이나 된다. 투표를 위해서 출마자를 비교하여야 하는 데 공보물로 비교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러하니 줄 투표라는 말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귀중한 내 한 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후보자의 공약 이외에 납세, 병역, 전과기록을 신고하고 이를 공보물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법으로 제도화한 것은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 병역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사람과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은 국민과 주민의 대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선거에서 이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이라고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 행운을 차지하여 정당의 선택을 받은 사람과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후보등록을 마친 사람이 7천616명이다. 이들 가운데 지난 5년간 체납액이 있었던 후보는 1천063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최근 5년간 미납했던 세금이 4억1천여만 원에 달하는 사람이 세금을 거두는 자리인 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사람도 있다. 내 지역에도 500만원이 넘는 체납을 한 사람이 출마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전과 기록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출마자 가운데 약 3분의 1인 2,720명이 1개 이상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투표해야 할 지역의 후보도 3분의 1이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음주운전을 전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경상남도 도지사 후보 가운데는 7건의 전과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많은 후보자는 14건의 전과 기록을 신고한 사람도 있다. 올바른 것을 가르쳐야 할 교육감 후보자까지 전과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공개가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약 60%의 응답자가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응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자질이 정당이나 정책보다 선택의 기준으로 강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자의 정보공개가 당락에 큰 영향이 없다는 연구도 많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전과 기록은 당선 확률을 약 5.6~6.7%가량 낮추고 후보자의 득표율을 약 2.3~7.9% 정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8년 지방선거 후보자의 납세 및 체납실적과 유권자의 선택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등록일 현재 체납액이 있는 후보가 당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5년간 체납 이력이 있는 후보자 가운데 21명이나 당선되었다.

공직 선거에서 납세, 병역, 전과 등의 자질이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후보자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비교표와 같은 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 존슨 대통령은 ‘투표는 불의를 퇴치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라고 한다. 그 투표권이 제대로 행사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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