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3월 들어 우리 집에는 전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밤에 신음과 울음소리가 한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자, 코로나19 자가 키트 검사를 하면서 면봉이 콧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내는 소리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할아버지로서 꽤나 속이 상한다. ‘특히 막내 손주는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혹시나 이로 인해 유치원에 등원하는 일에 흥미를 잃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된다.

그렇게라도 위태로운 평화가 지속되던 우리 집에 얼마 전 뜻밖의 소식이 날아 들었다. 바로 동생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카톡으로 전해진 것이다. 우리 가족만은 비껴갔으면 하는 바람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아! 얼마나 조심하면서 건강을 지켜왔는데!’ 걱정이 되어 전화라도 해 보았지만, 목이 너무 아파서 말을 하기 매우 어려운 동생과의 통화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급기야 이번엔 우리 집에서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일요일이었다. 때 맞춰 비가 오고 있었다. 아침 일찍 손주들을 이끌고 보건소 선별 진료소에 도착하여 줄을 섰다. 사람들은 이른 시간임에도 순식간에 줄이 길게 이어졌다. 우산의 행렬은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은 당시의 상황을 시로 옮겨 본 것이다.

 

집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길다란 / 면봉을 보자 / 울음보를 터뜨린 아이 / 머리를 거세게 들어 올리며 버둥거린다 / 할머니는 안아서 팔을 잡고 / 나는 머리를 밑으로 누르기 몇 번 /

고개 숙인 천막 곁에 세워둔 / 우산 몇 개 우르르 넘어지는데 / 뜬금없이 연이어 울리는 주차장 경적 / 두 아이는 업고 / 하나는 걸리고 / 국경에 막힌 피난민처럼 길게 늘어선 우산의 행렬 위로 / 빗줄기 다시 굵어지는데 / 자가 격리하고 있는 딸아이 전화 / 겨우 내는 갈라지는 목소리 / 애들 검사 다 했어요? //

 -졸시 ‘일요일 아침’ 전문

 

평소 집에서 자가 키트 검사를 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적응이 되었을 법도 한데 역시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집에서 쓰는 자가 키트 면봉보다 훨씬 길이가 긴 면봉을 보자마자 둘째 손주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실패만 거듭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도 나도 지칠대로 지칠 무렵에야 간호사님의 재빠른 솜씨로 간신히 검체는 채취되었다. 평화로와야 할 일요일 아침은 그렇게 코로나19 검사로 시작하였다. 울음보를 터뜨리던 둘째 손주와 언니를 따라 울던 셋째 손주를 아내와 내가 나누어 업고 초등학교엘 다니는 큰 손주는 걸리고, 우산을 쓰는 둥 마는 둥 겨우겨우 승용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후 가족 중에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천만다행으로 시간이 지나 격려기간이 해제되면서 가족들은 차츰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상쾌한 기분으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을 가족과 함께 거닐 수 있는 행복한 날은 아직 먼 것인가? 정말 얼마나 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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