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운 충북도 조류인플루엔자방역팀장

 

일요일 아침 사무실로 출근하다가 신호대기 중 우연히 하늘을 날고 있는 철새무리를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청주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어린 시절, 수많은 새떼가 무리지어 날고 있는 광경을 본 건은 아마도 철새가 남하하거나 북상하는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는 V자형로 무리지어 날고 있는 철새들을 보며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었다.

그 시절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고 암탉이 농장을 탈출해 새로이 사귄 친구의 청둥오리 알을 부화시켜 나중에 뜨거운 모정으로 북쪽으로 이동을 앞둔 청둥오리들의 리더로 만드는 만화 영화를 감동적으로 본 기억도 난다.

조류인플루엔자방역담당인 나에게는 사육가금과 야생조류가 접촉하는 이런 영화의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철새가 날아가는 아름다운 모습도 운치 있게만 보이지 않는다.

지금껏 철새에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시기에는 여지없이 가금농장에서도 고병원성AI가 발생했다. 

2018년 및 2019년 겨울 시즌은 국내에 고병원성 AI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그 당시 겨울철새가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동물방역당국이 하늘의 철새만 탓하고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농장의 방역시설을 보강하고 강력한 방역점검, 행정명령을 통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방역시책 도입, 방역수칙 위반농가에 대한 보상금 삭감 등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6년 겨울을 상기해보면 발생지역 인근 3km의 모든 가금을 예방적 살처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383건, 충북에서 85건의 고병성 AI가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500m 살처분을 기본정책으로 하고 있으나 전국에서 44건 충북에서 10건이 발생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생건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겨울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가지고 도래하는 경우 농장 발생을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유럽,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도 결국 야생조류가 가져온 바이러스에 의해 농장에서도 발생했다.

본인이 주무관으로 방역업무를 담당하던 4년전에 비해 지금 농가의 방역시설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하지만 방역시설이 아무리 우수한 농장이라 할지라도 농장 출입 과정에서 방역복을 갈아입지 않거나 소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축사 내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최근 발생농장에서의 역학조사 결과 일부 방역수칙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다시 아침에 본 북상하는 철새를 생각하며, 충북도에는 머무르지 말고 최대한 빨리 북상하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건 나의 소망일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철새들은 3월말까지 머무를 것이다.

앞으로 2~3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동물방역 관련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마지막까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특히 가금사육 농가도 방역수칙 준수 등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자율방역체계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