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2022년 새해에 페이스북을 끊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새롭게 출발하고 싶어 새해 첫날 동해로 가 일출을 보았다.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무탈하게 그렇지만 새롭게 시작했으면 하고 소망했다.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들이 올린 일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새해 인사를 했다. 새해가 밝았지만, 늘 하던 대로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페이스북을 끊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휴대폰을 보고 살았다. 주로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습관적으로 남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을 읽고 공감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영상을 찾아서 보고 또 보곤 했다. 몇 년 지나니 원하는 방향의 글과 사진만을 접하고 있었다. 안온(安穩)해서 좋았다. 페친들이 공감할만한 글만 올렸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학교행사 사진을 올렸다.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휴식이 됐다.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됐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페이스북에 올릴 글을 쓰고 사진을 고르면서 스스로 내 진심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스스로를 드러내기에 조심스러웠다. 다른 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됐다. 비난도 두렵고 눈치가 보였다. 진짜 하고 싶은 말과 보여주고 싶은 것들은 감추고 있었다. 허위와 위선으로 세상과 만났다.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진짜 소통은 아니었다.

작년 한 해, ‘골 때리는 그녀들’ 이라는 TV 예능프로그램을 열심히 보았다. 모델이나 가수, 개그맨 등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경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 이유는 그녀들이 축구를 대하는 진심 때문이었다. 축구가 본업이 아닌 그녀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것은 예능을 통한 흥미 그 이상이었다. 한 경기를 위해 땀흘려 준비하고, 온힘을 기울여 뛰고, 동료들을 격려하며 팀웍을 이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녀들은 TV출연을 위해 처음 축구를 접했지만, 경기를 뛰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시간을 내서 훈련을 하고, 축구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훈련하고 도전하고 발전해가는 과정이 한편의 성장드라마와도 같았다. 그녀들이 자신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승부를 위해서, 자신과의 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보면서 왜 그녀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이 매순간 몸을 사리지 않고 분투(奮鬪)하는 몸짓, 활활 타오르는 눈빛, 최선을 다하고 터트리는 눈물에서 진심을 다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모습을 보았다. 함께 공감하고 눈물 흘리며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느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본방사수하면서 그녀들의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과 열정이 부럽고 배우고 싶었다. 나도 그 어떤 대상에라도 진심으로 다가가보자고 늘 생각했었다.

해가 바뀌어 또 새로운 날들을 시작한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새롭고 더 나아지기를 소망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꿈꾸어왔던 것이나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 가족들 그 어떤 대상에라도 진심을 다해 나의 진심이 그 대상들에게 가 닿기를 소망한다. 페이스북 끊기를 잘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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