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연정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팀장

 

코로나19 때문에 전에 없던 새로운 ‘기준’들이 생겨났다. 당연시되던 일상이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에 의해 어느 순간 방역수칙 위반으로 내몰린다. 같은 행동도 ‘기준’에 따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기준’을 자발적으로 따르는 일이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코로나를 최대한 빨리 종식시켜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임에 틀림없다.

기준~~! 오래전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에서 조회나 운동회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운동장에 모여 왁자지껄 우왕좌왕하던 전교생이 어느 순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상에서 선생님이 앞줄의 중앙 또는 좌, 우측 끝에 서있는 학생을 가리키며 ‘기준’을 외치는 순간이다. ‘기준’이 된 학생은 손을 높이 들며 큰소리로 ‘기준’을 외치고 다른 학생들은 그 ‘기준’을 중심으로 앞으로, 좌우로 나란히 하며 일정하게 간격을 맞춰 줄을 섰다. 운동장에서 질서를 위해 배운 기준이다.

우리는 수많은 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에서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보호와 조율을 위한 질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의 이해관계를 위해 생긴 기준이기만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준다. 때때로 이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울고 웃는 경우도 생기고, 상대적 박탈감에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예전에 놀이동산 무료입장 제휴카드를 내밀고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다. 가전제품을 사느라 무료입장 기준금액보다 10배나 초과해서 사용했음에도 기준일 전에 사용했다는 이유다. 조그만 혜택 앞에서 필요 이상의 억울한 마음이 밀려와 항변해봤지만 소용없단다. 기준이 그렇단다. 그 ‘기준’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소유자라면 기억해야 할 기준일이 있다. 바로 6월 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일이기 때문이다.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납부하고 종합부동산세는 12월에 납부하는데, 납세자는 6월 1일 현재 소유자이다. 매매, 증여, 상속 등으로 소유권은 연중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과세기준일을 정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6월 2일 이후에 매도한 납세자가 7월과 9월에 고지서를 받고 화가 나서 항의를 하곤 한다. 소유권이 이미 넘어갔는데 왜 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세기준일에 대해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않아 곤혹스럽다.

‘기준일’에 따른 재산세 과세는 부당하고 자동차세처럼 소유한 기간만큼만 과세해야 한다고 민원을 내지만 여러 이유로 일할 과세가 힘든 게 현실이다. 방대한 부동산 과세자료를 과세대장에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하는 기술적 한계만 있는 게 아니다. 부동산은 지역별, 물건별, 경기 상황, 투자심리 등에 따라 시시각각 변동성이 크기에 소유한 기간만큼의 과세표준을 정하기 어렵다. 미래에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과세시스템이 개발되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재산세 ‘과세기준일’이 옛날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과세기준일’이 유효하다.

이번 7월과 9월에 재산세 고지서가 나간 후, 6월에 팔았는데 재산세를 왜 내야 하냐는 날이 선 항의 전화가 사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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