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도의회 본의회 통과…충북도, 재의 가능성
“지자체, 국가직 경찰에게 후생복지 지원할 수 없어”
일부 도의원들도 공감…시행 앞두고 논란만 가중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충북형 자치경찰제 조례안’이 충북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도는 물론, 도의회 내부에서도 ‘조례안’의 ‘후생복지’ 예산지원 범위 등과 관련 지방자치법 위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재의(再議) 요청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의 요구가 이뤄지면 의회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조례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도의회는 제390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행정문화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수정한 ‘충청북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수정안’을 가결했다.

조례안을 보면 도와 경찰이 대립각을 세운 제2조 2항인 자치경찰 사무 범위와 관련해선 시·도지사가 경찰청장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다. 후생복지에 관한 예산 지원범위(16조)를 기존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제한한 내용을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에게도 복지·처우개선 등을 예산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고쳤다.

후생 복지 범위에 대해 충북도는 물론 의회 내부에서도 ‘법령 위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는  ‘지방자치법’과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공무원인 경찰에게 지자체가 후생복지를 지원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령을 따라야 한다고 지속해서 강조해 왔지만 도의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정반대 결정을 내린 셈이다.

법령 위반 가능성 논란은 도의회에서도 불거졌다.

연철흠 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9)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금 준비 중인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 업무는 경찰청장이, 자치경찰 업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수사경찰 업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각각 지휘·감독하면서도 자치경찰 신분은 여전히 국가직”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간부 인사권도 경찰청에 있어 지자체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국가의 예산부담만 떠안는 무늬만 자치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훈련, 복무, 승진 임용, 직무집행, 보건안전 및 복지 등에 관한 내용은 국가경찰에 적용되는 법령 뿐”이라며 “아무리 자치경찰 신분이 국가직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빈약한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하는 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너무 가벼이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 의원은 “지난 389회 임시회에서 의회는 ‘진정한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며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자치경찰의 근거를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거나 별도로 ‘자치경찰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의회에서 의결한 ‘충청북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은 제명 그대로 사무와 조직운영에 관한 조례일 뿐”이라며 “자치경찰제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제도임에도 근본적인 근거 법령 없이 조직 운영에 관한 법령만으로 출발을 앞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당장 자치경찰제 시행 초기에 여러 가지 문제와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며 “도지사와 관계 공무원은 제도 시행 후에라도 자치경찰 임용·복무·복지·교육 등 근거가 되는 규정을 지방자치법에 담을 수 있도록 전부에 적극 건의해 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정상교 의원(충주1)도 가세해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 의원은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 정신과 지방자치법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짚었다.

그는 “지방자치법에 ‘국가는 국가의 부담과 기관 운영 등의 비용을 지자체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시·도지사는 자치경찰 사무 담당 공무원에게 조례에서 정하는 예산 범위에서 재정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지자체가 국가의 예산 부담만 떠안게 되는 법률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주 의원(청주6)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치경찰 수정안은 논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회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자치경찰 조레안에 대한 법령 위배 가능성을 도의회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의회가 앞장서 조례안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충북도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령 위배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만큼 후생복지 대상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

도의회에 재의를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 법령 위배 사실을 인지하면서 그냥 지나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가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5월 중으로 예정된 시범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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