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공예마을에 ‘UM갤러리 sight_B’ 개관한 엄은숙 관장
“20년만에 고향서 활동”…황 작가 개인전 ‘섀도우’ 개최

황영자 作 ‘그리움’, 황영자 作 ‘사(死)자와의 통화’.
엄은숙 관장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 청주의 화랑미술 발전을 이끌었던 무심갤러리(대표 엄은숙)가 IMF 등을 극복하기 위해 ‘UM갤러리’로 서울시 청담동으로 진출했다 20년 만에 다시 고향의 문턱을 두드렸다. 서울에 이어 ‘UM갤러리 sight_B’라는 이름으로 충북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공예마을에 새롭게 화랑을 연 것이다. 

UM갤러리는 1990년 8월 청주시 사창동에서 무심갤러리로 출발했다. 이후 지역 화랑가의 침체로 어러움을 겪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엄은숙 대표는 과감하게 서울로의 진출을 시도했다. 2002년 8월 청담동에 UM갤러리를 개관했다. 엄 대표는 UM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으로 ‘김구림 전’을 열었다. UM갤러리는 김구림을 시작으로 이건용 홍명섭 등 미술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 작가들에게 주목했다. 다행히 이들 작가들이 최근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엄대표의 안목이 주효한 셈이다.

엄 대표는 “UM갤러리서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하며 주목하고 있는 작가 중에 홍명섭·황영자 작가가 곧 국제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게 될것으로 장담한다”며 “황 작가를 국제미술계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엄 대표는 청주 지역과 서울을 오가며 수많은 작가전을 기획하고 해외진출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UM갤러리 sight_B는 3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건물의 1층에 위치한다. 1층에는 갤러리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카페와 아트숍이 있어 힐링과 휴식 공간으로 적절하다. 서울 공간 보다 작지만 국제미술 진출을 타킷으로 삼는 굵직한 개인전 위주로 개최할 예정이다.

‘UM갤러리 sight_B’는 첫 개관전으로 지난달 17일 개관식을 갖고 오는 6월 5일까지 황영자(80)작가 개인전 ‘섀도우(Shadow)’를 개최한다. 황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일명 ‘황영자 스타일’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다.

황 작가는 1989년 서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2019년 청주시립미술관 2인 초대전 ‘놓아라!’를 비롯해 상하이 아트페어, 2000년 ‘아트 엑스포 뉴욕’(자비즈 컨벤션 센터, 뉴욕)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UM갤러리에서는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 ‘섀도우(Shadow)’에 전시된 작품은 회화 7점이다. 5점은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작업한 신작들이고, 2점은 구작이다.

“내 마음과 머릿속을 지나온 추억이 내 그림의 자궁이다. 어린 시절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 손에 자랐다. 바로 내 밑 3살, 2살 두 자식을 연이어 잃고 어머니는 반 미친 사람처럼 깊은 우울 속에서 살았다. 해만 지면 홀로 연못가에 앉아 한없이 우시던 어머니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너 댓살 짜리 어린 나는 잠도 못 자고 어머니를 지키는 그런 유년시절을 보냈으니 나 역시 일찌감치 내 마음이 고장이 나 있었다.”

황 작가의 작가노트 ‘나는 그림쟁이 이다’에 등장하는 문구다. 황작가의 유년시절에 관한 진술은 이번 전시 타이틀인 ‘섀도우(Shadow)’에 전시된 신작들을 이해하는 모티브가 되고 있다. 신작들 중 ‘그리움’(2021)과 ‘사(死)자와의 통화’(2020), ‘사(死)의 찬미’(2020) 등이 관련 돼 있다.

작품 ‘그리움’은 땅속에 얼굴을 넣은 여인을 그린 그림이다. 여인은 브라우스와 치마, 하이힐을 싣고 있다. 여인의 머리는 백발이다. 백발의 여인은 나이가 들어도 여성성을 간직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작품속 여성은 백발이 되어도 여자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도대체 백발의 여인은 땅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땅속에는 작은 유골이 있다. 흥미롭게도 여인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작은 유골을 향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죽은 아이에게 피를 공급해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일까? 유골 옆에는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다. 잃어버린 어린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그리움에 관한 표현이다.

다른 작품 ‘사(死)자와의 통화’는 사자(使者)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가마에서 전화 통화하는 여인을 그린 그림이다. 여인은 백색 원피스에 백색 면사포를 쓰고 있다. 백색의 드레스를 입 은 여인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과 마찬가지로 작은 손가락들에 화려한 반지들을 끼고 있다. 여인의 발가락들은 레드 매니큐어로 발라져 있다.

도대체 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누구와 통화하는 것일까? 그녀는 사자(死者)와 통화하 고 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죽은 사람과 통화할 생각을 할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놓은 작품이다. 작가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다음 생에 어떤 옷을 입고 올까를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을 전시장에 펼쳐 놓았다.

엄 대표는 “황작가의 그림들은 압축적이고 농밀한 이미지로 표현돼 있다. 그림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관객이 그녀의 그림들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면 서로 문맥을 이룬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품 자체가 작가의 거대한 자화상이자 작가 자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황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볼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고향 충북에서 갤러리를 재개관할수 있어 좋다. 노후에 재미있는 공간에서 좋은 작가들과 함께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누구나 와서 함께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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