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희 청주시 상당구 건축과 팀장

 

[충청매일] 2015년 4월 개봉한 조스 웨던 감독의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 각각의 슈퍼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마블 팬덤을 형성하며 그해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로 손꼽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벤저스’에 유독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로 영화 자체가 재미도 있거니와 등장인물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지만 인간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 마음이 간다는 점이다.

벚꽃 개화기를 맞아 지난 3주간 평일과 야간, 주말을 반납한 채 무심천변에서 불법 노점상 단속을 했다. ‘어벤저스’ 얘기하다가 왜 뜬금없이 벚꽃일까? 

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행정명령 시행에 따라 시청 직원과 구청 단속 부서 전 직원을 투입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일방통행 보행을 유도했지만 어느 금요일 오후 갑자기 청소년 500여명이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 몰려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맘때처럼 무심천 체육공원에서 즉석 만남을 가지려는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목표(상대방 핸드폰 번호 따기)에 충실했고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겨우 해산했고, 아쉬움에 주변을 맴도는 청소년들을 귀가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은 진땀을 흘렸다. 이런 해프닝은 벚꽃이 질 때까지 지속돼 단속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벚꽃과 젊은 그대들의 만남’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해도 너무나 아름다운 서사요 낭만이지만,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고 냉정하다. 개성 강한 Z세대인 10대의 무모함과 직진성(돌이켜 보라. 우리도 그랬다)은 공무원과 충돌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쫓으려는 자와 머무르는 자와의 두뇌 게임 속에서 어벤저스가 탄생하게 된다. 단속이라고 선명하게 수놓아진 검은 제복과 모자, 그리고 번쩍거리는 경광봉으로 무장한 무표정하고 무시무시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은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히어로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울트론이며 훼방꾼일 뿐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힘들다. 타협하고 싶을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기성세대가 이해되지 않는 10대들의 행동에도 나름의 고민과 아픔이 있다고 믿는다. 청소년이 벚꽃 나들이를 나온 것은 잘못이 아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왜 일방통행을 해야 하는지, 왜 집합을 금지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을 뿐이다.

이제는 벚꽃이 비와 바람에 흩어지면서 단속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둠 속에서 새하얀 벚꽃을 등에 업고 짜잔 나타난 벚꽃 어벤저스는 공직 생활 동안 두고두고 생각나 웃음 짓게 할 내 마음속의 히어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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