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너희들이 어찌 감히 부모같은 고을 수령의 함자를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며 불경한 짓을 한단 말이냐?”

김개동은 농민군들을 자극했다.

“개똥아! 세상천지에 제 자식 밥그릇 빼앗는 부모도 있다더냐?”

“그자는 수령이 아니라 수적이다!”

“당장 금남루 문을 깨고 관아로 쳐들어갑시다!”

“부사와 아전들을 모조리 잡아 징치를 하자!”

농민군들이 들고 일어났다.

“별동대는 관아정문을 공격하라!”

별동대군장 이중배의 명령이 떨어졌다.

별동대와 농민군들이 장마철 멍석물 내려밀듯 한꺼번에 관아정문을 향해 몰려갔다.

“당겨라!”

병방 김개동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관아를 지키고 있던 성벽 위의 군졸들이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달려들던 별동대와 농민군들은 군졸들이 쏘아대는 화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농민군들이 사방에 뒹굴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본 농민군이 크게 당황하여 우왕좌왕했다. 많은 농민군들이 등을 돌려 도망쳤다. 농민군들의 등 뒤로 화살은 쉬지 않고 날아들었다. 탁 터진 금남루 앞 널찍한 마당은 어느 한곳 몸을 숨길만한 은신처도 없었다. 농민군들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을 고스란히 맨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농민지도부에서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효만 믿고 무모하게 달려든 것이 화근이었다.

그때 이창순이 지휘하는 좌군 쪽에서 함성이 일었다. 거기에는 초군들이 지게를 지고 천만이의 지시에 따라 도망가는 농민군을 막아주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초군들의 지게 위에는 사람들의 머리보다도 배는 높게 나뭇짐과 풀짐이 쌓여 있었다. 일부 농민군들은 어디선가 대문짝을 뜯어와 머리에 쓰고 초군들을 뒤따랐다. 일백여 명이 초군들이 금남루 앞에 다다르자 일시에 등을 돌려 지게를 내려놓으며 나뭇짐을 붙였다. 순식간에 관아정문 앞에는 군졸들과 농민군들 사이에 나뭇짐으로 쌓여진 성벽이 생겼다. 농민군 등으로 날아오던 무수한 화살이 나뭇짐에 날아와 박혔다. 혼비백산 도망가던 농민군들이 되돌아서서 초군들이 쌓아놓은 나뭇짐을 방패삼아 함성을 지르며 위협했다.

“얘들아! 나뭇단에 기름을 멕여라!”

천만이가 초군들에게 명령했다. 천만이가 기름을 부은 나뭇단을 굴리며 나아가자 다른 초군들도 관아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두꺼운 대문짝으로 가린 초군들의 머리 위로 군졸들의 화살이 쏟아졌다.

“불을 붙여 금남루 밑으로 굴렷!”

관아정문 가까이까지 다가간 초군들이 나뭇단에 불을 붙여 금남루 아래로 굴렸다. 나뭇단이 불길에 싸인 채 금남루 문에 가 부딪치며 멈춰섰다. 초군들이 쏜살같이 뒤로 물러나 나뭇단으로 쌓은 벽 뒤로 물러났다. 군졸들이 불화살을 쏘았다. 농민군들을 보호해주던 나뭇단이 불길에 휩싸이며 연기가 치솟았다. 동시에 관아정문인 금남루에도 불길이 타올랐다. 아래층 문을 태워버린 불길이 이층 누각의 마루 바닥으로 옮겨붙었다. 이층 누각과 성벽에 있던 군졸들이 당황하며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금남루 삼문이 불에 휩싸이며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위세당당하던 청풍부의 아문인 금남루가 천장까지 불길에 싸여 묵직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청풍관아가 있는 내성 안팎은 검은 연기와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분노가 극에 다다른 농민군들이 함성을 지르며 관아를 향해 쳐들어갔다. 관아 뒤쪽에 있던 사노군들도 군졸들이 허둥대는 틈을 노려 절벽을 올라 성벽을 넘었다. 군졸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농민군들이 일제히 관아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내성을 방비하며 관아를 지키던 군졸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놀란 관속들이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 달아나며 꽁무니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때 관속들 틈에서 민치상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공방으로 청풍부사 조관재가 부임하자 한벽루를 중수한 인물이었다. 고을민들은 먹지 못해 굶어 죽어나가는 판에 부사의 비위를 맞추느라 양반들 음풍농월하는 정자를 개축하기 위해 고을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원성이 높은 자였다. 몰려오는 농민군들을 보자 민치상이가 놀라 도망을 쳤다.

“민치상이다!”

“저 놈을 잡아라!”

농민군들이 소리를 치며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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