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농민군들은 분노했다. 자신들과 같이 일을 도모하던 자가 부사의 유혹에 빠져 자신들을 위험에 빠뜨린 유겸호에 대해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농민들이 유겸호를 죽여 배신자의 말로를 본보기로 삼자고 소리쳤다. 유겸호의 목이 날아갔다. 피를 본 농민들은 더욱 흥분했다. 이번에는 청풍부사 조관재를 잡으러 가자고 들고 일어섰다. 고을 수령이라는 자가 완문을 써주겠다며 찰떡같이 약속을 해 놓고 뒷구멍으로는 고을민들을 헤칠 군졸들을 요청했다는 이중성이 가증스러웠다.

“조관재를 잡으러 가자!”

“관아를 태워버리자!”

“관아로 쳐들어가자!”

농민군들이 함성을 지르며 결의를 다졌다.

“농민군 여러분! 더 이상의 타협은 없소이다. 이제부턴 전쟁이오!”

우장규 농민군대장이 전쟁을 선포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청풍농민봉기의 서막이 올랐다. 결의에 찬 농민군들이 청풍읍성이 떠나가도록 함성을 질렀다.

“농민군들은 자신이 속한 각 군장들의 통솔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주시오! 각 군장들은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맡은 소임을 수행하시오! 그리고 기별군들은 각 마을로 연통을 띄워 전쟁의 시작을 알리고 빠른 참여를 독려해 주시오!”

우장규의 지시에 따라 농민군들이 자신들이 속한 군장을 따라 신속하게 이동했다.

우장규 농민군대장과 이중배가 지휘하는 별동대는 청풍관아 정문인 금남루 앞에 포진하고, 이창순이 지휘하는 좌군은 천만이가 이끄는 초군을 앞세워 읍성의 동쪽으로 진군하며 압박하고, 차대규가 지휘하는 중군은 팔영루를 점거하고 읍성의 서쪽을 서서히 압박해 들어갔다. 하익수가 지휘하는 우군은 양태술이 이끄는 사노군을 앞세워 관아 부속건물과 한벽루가 있는 북쪽 강가를 막고 언제든 지도부의 명령만 떨어지면 벼랑 위 성벽을 넘어 관아로 쳐들어갈 준비를 했다. 

청풍읍성의 외성과 내성을 지키고 있던 군졸들은 농민군들의 분위기가 심상찮게 흐르자 관아를 둘러싸고 있는 내성 안으로 도망쳐 금남루와 망루에서 농민군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내성은 부사의 집무실인 금병헌과 손님을 맞아들이는 객사인 응청각을 비롯하여 관아의 중요 건물과 그에 따른 부속건물들을 둘러싸고 있어 성안의 또 다른 성처럼 견고하게 보였다.

농민군 진영에서는 각 군장들이 모여 내성을 공격할 방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대장, 볼 것도 없소이다. 우리 수가 많으니 그냥 쳐들어갑시다!”

좌군장 이창순이 말했다.

“그건 무모한 짓이오! 수효는 적다하나 군졸들은 조련이 잘된 정규병이오. 그렇게 무작정 공격을 했다가는 많은 우리 농민군들이 상할 것이오.”

우군장 하익수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

“대장, 저 놈들이 스스로 금남루 문을 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제가 별동대를 앞세워 관아정문을 공격할 테니 좌우군은 내성 양쪽을 공격하는 척 위장을 해서 군졸들이 그쪽으로 몰리거든 하익수 우군장의 사노군들로 하여금 경계가 허술해진 관아 뒤쪽 절벽을 넘어 관아로 쳐들어가게 합시다.”

이번에는 우장규 농민군대장의 근위대인 별동군 이중배가 말했다.

“좋소! 이 군장의 말대로 우리 농민군들이 연합하여 내성을 칩시다. 비록 훈련이 잘된 군졸들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수가 월등하니 쉬 보지는 못할 것이오!”

우장규가 이중배의 전술을 받아들였다.

“들어온 기둥이 박힌 기둥 밀어낸다더니 아주 거정을 피는구만!”

좌군장 이창순은 그런 이중배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엣가시였다. 그러나 농민대장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농민대장이 각 군장들을 대동하고 금남루 앞으로 나아갔다.

“어서 관아 문을 열고 농민군들을 받아 들여라!”

우장규의 호령소리와 동시에 내성을 둘러싸고 있던 농민군들이 일시에 함성을 지르며 위협했다. 내성을 지키던 성벽 위 군졸들의 움직임도 민첩해졌다. 그때 금남루에 병방 김개동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보시오, 농군님들! 가만히 있으면 관에서 알아 할 일을 어쩌자고 떼를 모아 불경한 일을 벌인단 말이냐? 자네들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모른단 말이냐? 지금이라도 파하여 원래의 본업으로 돌아가면 죄를 묻지 않겠다!”

김개동이가 농민군들을 회유했다.

“병방은 필요 없으니 조관재를 나오라고 하거라!”

별동대군장 이중배가 누각 위의 김개동에게 다시 소리쳤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