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혼비백산한 관속들은 배가 나루에 닿기도 전에 물로 뛰어들어 허겁지겁 관아로 돌아가려 했다. 강가에 매복해 있던 별동대가 달려들어 조군들과 관속들을 잡았다. 그러나 청풍부사 조관재와 형방 김개동은 없었다. 그런데 관선에서 붙잡힌 일행 중에는 사족 대표였던 유겸호가 있었다. 유겸호는 즉시 농민군지도부로 끌려갔다.

“사실대로 말하거라! 관속들과 배를 타고 어디로 가려 했는가?”

우장규가 다그쳤다.

“난 충주목사에게 청풍의 사정을 알리고 등소를 올리려고 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 고을민들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일이란 것을 모른단 말이냐?”

“외려 그 반대다.”

“뭣이! 반대라고?”

“그렇다. 만약 농민들의 폭동이 점점 커져 걷잡을 수 없게 되면 조련된 군사들을 파송할 것이 아니냐? 그런 군사와 농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면 괜히 불쌍한 농민만 죽음을 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나는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충주목사에게 선처를 청하려고 관선을 탔을 뿐이다!”

유겸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또박또박 변명만 늘어놓았다.

“충주목사가 청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면 가만히 있겠느냐? 당장 병영에서 군사들을 파송할 게 아니냐? 그러기 이전에 우리가 명분을 가지려면 우리의 항쟁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조 부사의 완문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완문을 받기도 전에 군사가 먼저 당도하면 우리는 한낱 폭도로 몰릴 것이 아니냐?” 

“충주목사를 설득해 원만하게 일이 마무리 되도록 읍소할 생각이었다.”

“부사도 설득 못하고 놀아난 놈이 목사를 설득할 수 있었겠느냐? 조 부사가 완문을 써주겠다고 약조한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럼에도 네놈이 야음을 틈타 몰래 관선을 타고 충주로 가려한 것은 조 부사가 완문을 써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안 것은 아니냐?

“…….”

우장규의 추궁에 유겸호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청풍부사 조관재는 우유부단한 유겸호를 통해 농민군들을 회유하는 한편 뒤로는 충주목사에게 군사를 요청하려는 잔꾀를 쓰고 있었다. 거기에 유겸호가 이용을 당한 것이었다. 충주에서 병력만 오면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농민군들을 일시에 쓸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관선을 타고 충주로 가려던 유겸호와 관속이 모두 잡혔으니 조 부사의 계획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농민군대장 우장규는 각 군장들을 통해 읍성 안팎에 흩어져 있는 농민군들과 아직도 농민봉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마을로 통문을 보내 즉각 금남루 앞으로 집결할 것을 명령했다.

③ 청풍관아 불타다

날이 밝아오자 청풍관아 금남루 앞에는 농민군지도부와 농민군들이 모두 집결하여 청풍부사 조관재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조 부사는 아침나절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 승리의 기쁨에 들떠있던 농민군들이 속았다는 생각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 새벽 조 부사가 몰래 관속들을 보내 충주관아와 밀통하려다 우리 농민군들에게 붙잡혔소. 조 부사는 우리를 우롱했소!”

우장규 농민군대장이 농민군들을 향해 조 부사와의 약속이 파기되었음을 알렸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오?”

“오늘부터는 관아를 직접 압박해서 조 부사 스스로 우리의 뜻을 인정하도록 만들 것이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처결할 문제가 있소. 조 부사와 부화뇌동하여 우리를 배반한 자가 있소. 그자의 처분을 농민군들에게 맡기겠소!”

우장규가 유겸호를 끌고 나올 것을 지시했다.

“유겸호는 사족으로 처음부터 우리 농민들보다는 관아에 더 가까웠던 자요. 이 자가 농민도회에 참여한 것도 공동의 이익보다는 일신상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소. 결국 어제는 조 부사의 사주를 받고 충주목사에게 밀통하려다 들통이 났소. 배신자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이까?”

“그렇지 않소이다! 나는 여러분들을 구하기 위해 충주로 가려 한 것이오. 조 부사는 충주병영의 군사를 요청해 농민군들을 치려고 했지만 나는 말렸소. 내가 먼저 충주목사를 만나 읍소를 해보겠으니 군사를 부르는 것은 미뤄달라고 했소. 이건 진정이오! 제발 믿어주시요!”

유겸호가 농민군들에게 사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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