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환경공학을 전공하면서 항상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분리배출도 꾸준히 해왔고, 빙하가 녹아 익사한 펭귄을 보고 눈물도 흘려봤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플라스틱이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해 카페에 빈손으로 들어가 플라스틱 컵·빨대와 함께 나온다. 한번 쓰고 버리면 된다는, 내가 다시 씻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은 모든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이점일 것이다. 이 편리함을 포기하려니 쉽지 않았다.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 배 속에 품은 돌고래, 플라스틱 고리로 부리가 묶인 채 살아가는 새를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플라스틱 문제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더 이상 모른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때 한 유명 배우가 SNS에 제로 캠페인 ‘#용기 내’를 업로드했다. 이 캠페인은 대형마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쇼핑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만 누리는 편리함이 아닐 터인데 이를 나서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편리함으로 눈을 가린 그동안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눈을 가리고 있던 편리함을 걷어내고 자세히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주 많이, 아주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는 플라스틱이 말이다. 장을 볼 때 채소를 담아 가는 비닐봉지, 고기를 포장한 진공팩, 과일을 정갈하게 담은 플라스틱 용기. 하지만 한순간에 이 모든 것들을 멀리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파는 마트가 아닌 이상 플라스틱 없는 장 보기는 가능하지 않을까? 집에서 나올 때 장바구니와 다회용 보관 용기를 챙겨 나오면 가능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불편할 것이라 생각이 들겠지만 접혀있는 장바구니는 큰 부피가 아니었으며, 보관 용기를 미리 챙겨 나오니 장을 보고 짐을 정리할 때의 수고가 덜어졌다. 물론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의 편리함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우리가 플라스틱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회도 플라스틱의 자리를 새롭게 대체할 무언가가 나올 것이고 마트도 우리에게 친환경적인 쇼핑 방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가 나온 것처럼 말이다.

거창한 무언가를 시작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장바구니에 보관 용기를 챙겨 나가자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개의 비닐봉지에 담을 것을 하나의 비닐봉지에 담아도 우리는 플라스틱에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텀블러에 다회용 빨대를 챙기지 못했다면 빨대 없이 마셔보면 된다. 우리의 작은 시작이 모여 큰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필자는 ‘용기 내’ 가방에 텀블러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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