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청주시립도서관 사서]평소 시처럼 느껴지는 그림책의 글들이, 또 함께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그림이 있어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림책을 보기 전엔 단순히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만 생각하지만 몇 권을 읽어보면 좋은 그림책들은 대상을 한정 짓지 않으며, 어쩌면 어떤 그림책은 어른들이 더 읽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2019년 출판 콘텐츠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 책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기 좋은 책으로  작가가 책을 읽고 매료되었던 아일랜드 지역 설화인 물개 요정 이야기와 제주도 해녀를 연결하여 쓰여졌다.

글작가 오미경은 1998년 동화작가가 되어 ‘교환일기’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2012년 ‘사춘기 가족’으로 ‘올해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청원 출신의 우리 지역 작가로 깊은 바다에 맨몸으로 들어가 숨을 참으면서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제주 해녀의 물질을 보고 해녀들에게 푹 빠져, 그들의 귀한 모습을 그림책에 담았다고 한다.

저자가 제주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 권위자에게 감수까지 받아 책에 사용한 제주어와 다수의 상을 받은 그림작가 ‘이명애’의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그린 제주 해녀의 모습,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다를 다채로운 이미지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 그림 덕분에 평생 거친 파도와 바람을 품고 살아온 제주 할망들의 강인한 삶과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부모와 떨어져 살며 물질하러 간 할망(할머니)을 기다리는 아이와 깊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용왕님 딸처럼 크고 강인한 존재지만 물개로 변해 바다로 가버릴까, 또 파도가 너무 거칠어 돌아오지 않을까, 매일 아이의 애를 태우는 할머니가 있다. 일련의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이야기 끝엔 아이의 걱정이 해소되어 다행이었고, 이 책을 읽으며 딸이자 엄마인 나는 이 아이의 마음과 할머니의 마음이 모두 느껴져 뭉클했고 할머니와 아이의 삶을 응원하게 됐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옛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느끼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네 어머니를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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