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정치를 사전적으로 보면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해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바람직한 사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사전적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좋은 정치일 것이다.

한편 정치는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는 개인의 목적을 위해 조직이나 집단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판단적으로 보면 이러한 정치는 나쁜 정치라 할 수 있다.

정치를 실천하는 행정을 관료제라고 한다. 사회학자 웨버는 관료제를 인간이 만든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조직 형태로 분류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만 된다면 그것은 좋은 행정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공무원의 권위주의적이고 법규만능주의적이며, 탁상공론적이고, 무사안일한 행태를 이야기할 때 관료적이라고 한다. 관료가 이러한 행태를 보이면 그것은 나쁜 행정이 되게 된다.

내년도 예산으로 정부는 국회에 470조원을 제출하였다. 이 돈을 목적 없이 사용하고, 돈을 쓰기 위해 지출을 하고, 보조금과 같이 민간이 대신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 것은 나쁜 행정이다.

그러나 가장 나쁜 것은 나쁜 정치와 나쁜 행정이 만나는 것이다. 정치를 사적인 권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관료제를 나쁜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가장 나쁜 정치와 가장 나쁜 행정이 된다.

그 대표적 예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삼성 노조 파업에 참여한 차관이나 노동부 관리, 대기업 건설사와 연계 의혹이 있는 4대강 개발 사업 등에서 볼 수 있다.

최근의 유치원 비리에 대응하는 방법을 보면 몇몇 정치인이 그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유치원 비리를 단순히 유치원 원장의 도덕적 해이로만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 뒤에는 나쁜 정치와 나쁜 행정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하는 많은 문제는 나쁜 정치와 나쁜 행정이 만든 것들이다. 노동자가 아닌 소수의 노조원을 위해 존재하면서 과두제화되고 고용 세습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도 나쁜 정치와 나쁜 행정의 산물이다.

정치를 개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정치인과 관료제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하는 관료가 만나면 비리는 감추어지고, 속임수는 춤을 추며, 사회의 불평등은 세습화되고, 본질은 왜곡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슬프게 만든다. 혹자는 나쁜 정치와 나쁜 행정의 잘못된 만남을 국민과 시민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 정치 무관심, 시민의 참여 부재, 1차원적 국민의 투표 행태, 국민과 시민의 이기주의적 행태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나쁜 정치와 나쁜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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