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念願)인 통일의 서막(序幕)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 두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이벤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측 두 정상들이 악수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동안 얼어붙었던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우호적 상생단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는 지난달 27일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전쟁종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평화협약 선언을 했다. 그러나 그 길은 이제부터 시작의 단추에 불과할 뿐, 가장 먼저 민족간의 동질성 회복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山積)해 있어 여유 있게 풀어 나가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정은을 “꼬맹이,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 부르며 깎아내린 바 있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그의 행태는 의외의 반응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카리스마적이고 제왕적이라는 선입견보다 솔직하고 유머스러움을 갖춘 이미지를 연출했다. 물론 겉모습에 감춰진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정상회담 이후 군사분계선 일대 대남방송 스피커 철거와 풍계리 핵실험장 전선 철거 등 비핵화 및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실천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핵포기를 조건으로 UN의 제재 빗장을 풀고 중국처럼 개혁개방으로 나서기 위한 선조치로 보여 진다. 

이번 회담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루어져 조금은 아쉬운 점이 많이 있지만 차차 그 폭을 좁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 국가들의 힘의 논리가 작용해 그렇게 쉽게 양측간에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휴전협정에 참여했던 국가들은 물론 UN과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고 한편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방해하려는 국가들도 있을 것이다. 휴전당사자로서 협상에 임하였던 중국이 벌써부터 북미회담을 앞두고 차이나 패싱(Passing:배제)을 우려하여 자신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4자회담을 바라는 모양새다.
이번 회담의 주안점은 비핵화로 전쟁질서를 평화질서로 전환하고자 판문점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초기단계여서 미흡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일단은 그 첫무대가 오른 셈이다. 이제부터 전 세계가 바라는 핵의 두려움을 벗고 한반도의 민족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단계로 진행됐으면 한다.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의 힘으로 해결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지만 한반도 상황은 국제간에 아주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다. 우리는 우호국인 미국과의 회담을 공유해야 함은 물론 북미정상 회담에도 적극 대처해 분단·화해·평화의 상징 장소인 판문점에서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UN의 협조와 각국의 외교에도 힘써야 한다.  

특히 동북아 평화 구축을 위해 주둔한 주한미군과 관련된 국가 안보와는 직결되는 낭비적인 논란 따위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거론조차 되어서는 안 된다. 향후 남북의 문제는 한·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은이 CVID(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수용하는 것을 전제(前提)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금세기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의제가 진행되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의 길로 가는 여정(旅程)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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