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동해가 가까이 다가왔다. 험난한 산악지대를 터널과 교량으로 연결하는 난공사를 마치고 개통한 것이다. 좋아진 길 덕택에 이제 어디든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길은 우리의 생활이고 경제발전의 기반시설 이기에 더욱 많이 건설되고 개선돼야 한다. 길에서 흘러간 세월을 느끼고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온 시대에 따라 길이 정해진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엔 길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없던 길도 사람이 지나가면 길이 됐다. 짐을 운반해야 할 때는 차도가 아닌 우마차가 통행하는 신작로를 만들었다. 길을 만드는 비용도 없어 부역을 통해 강제 동원해 건설했다.

길에서 아픈 역사를 바라본다. 일제 강점기를 거친 할아버지는 나라 잃은 슬픔으로 울분과 좌절의 길을 걸어왔다. 강제 노역에 동원되어 길을 닦았고 노동자로 끌려가 힘든 노역에 시달렸다. 길이 파손되면 부역에 강제 동원되어 삽과 괭이로 보수했다. 흙먼지 자욱한 신작로를 지게에 짐을 짊어지고 걸어 오셨다.

아버지의 길은 해방을 맞이하고 기쁨을 노래하다가 전쟁을 거치며 분단된 조국에서 철조망에 가로막힌 길을 걸어왔다. 다리와 길이 끊기고 폐허가 되어버린 삭막한 길이다. 그런 길을 새마을 운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해 복구했다. 농로를 확장하고 지게로 다니던 논둑길을 리어카가 다니고 경운기가 오가는 농로로 만들었다. 마을길도 넓혔다. 허물어진 담장은 시멘트 벽돌을 찍어 반듯하게 쌓았다. 그런 길을 자전거와 자동차로 다녔다.

나의 길은 국가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저항의 길이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아스팔트 포장된 넓은 도로와 고속도로를 건설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1일 생활권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으로 길에 터널이 생겼다. 부역을 통해서 얻어지는 길이 아닌 건설회사에서 건설하는 길다운 길이다. 많은 예산은 들어갔지만 그 길을 통해 수출품이 운반되어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농로도 포장되어 비가 내려도 걱정 없이 농산물을 운반했다. 리어카가 사라지고 트랙터가 오가고 있다.

이제 우리 후손들의 길은 하늘길이 열릴 것이다. 산과 산을 터널과 교량으로 연결하는 하늘 길을 달릴 것이다. 솜털보다 가벼운 구름을 타고 하늘 길을 날아다닐 것이다. 공중으로 떠다니는 KTX와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로 빠르고 편안하게 안전한 길을 달릴 것이다. 고화질 TV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열고, 드론으로 배달되는 택배를 받게 된다.

길에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 국가 발전 또한 길에 있다. 앞으로 우리 자손들은 어떤 길을 달려가야 할지를 생각하며 예측해 본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길이 아닌 전자파 같은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릴 것 같다. 자동차가 아닌 또 다른 수단으로 이동하며 살아 갈 것 같다.

흘러간 길에 미련을 두지 말고 다가오는 길을 맞이하자. 슬픔과 아픔이 묻어나는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는 사라진다.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길을 개척하자. 암울했던 과거로부터 탈피하고 밝은 미래로 힘차게 뻗어나가자. 새로운 길 새 단장하고 쭉쭉 뻗어나가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