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침구재활4과
손가락이 부드럽게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고 마치 기계처럼 딱 끊기며 움직이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있기도 합니다. 이는 방아쇠 수지(탄발지, trigger finger)라 불리는 질환입니다.
손가락 뼈에 붙어있는 힘줄은 움직일 때 얇은 건막 밑을 지나갑니다. 손가락 굽힘 힘줄에 결절이 생기면 막을 통과할 때 부드럽지 못하고 마찰이 심해져 힘겹게 통과하게 됩니다. 이 때 ‘덜컥’하고 걸리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총의 방아쇠와 비슷하다고 하여 방아쇠 수지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초기 증상으로 손가락의 바닥부위에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고, ‘딱’ 소리를 내며 걸리듯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이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을 움직일 때 덜컥 하고 걸린 상태에서 고정되어 반대편 손으로 잡아서 펴주어야 할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방아쇠 수지는 왜 생길까요? 반복적으로 손을 움직이거나 강하게 손가락 힘을 쓰는 분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령 손잡이나 운전대 등을 장시간 잡는 직업, 라켓을 쥐는 운동, 손을 사용하는 악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전동드릴과 같은 반복적인 진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러한 손가락 작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밖에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 당뇨가 방아쇠 수지를 유발할 수 있고, 손목터널증후군의 수술 이후 방아쇠 수지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존재합니다. 남자보단 여자에게, 40-60대에 발병률이 좀더 높게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하여 젊은 층에서도 빈번히 관찰되고 있습니다.
진단은 문진과 증상 관찰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양방적 치료로는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거나 근막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는 초기에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증상을 지속시키거나 재발시킬 위험이 있다는 보고 또한 존재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요법으로 만족할만한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한방적으로는 기혈의 순환이 떨어지는 데 겸하여 외부에서 열성, 습성을 띤 사기(邪氣)가 들어오면서 증상이 유발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로는 증상에 맞는 약침 치료가 자주 쓰이며, 그 중에서도 봉약침을 많이 사용합니다. 약침은 한약재를 정제하여 만든 약액을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약침액의 종류가 다양하여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사용하게 되며, 봉약침은 그 중에서도 벌의 독을 추출하여 정제한 약침액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통증을 억제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좋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힘줄 주위에 직접 주입하여 치료합니다. 또한 침치료와 뜸치료 등을 병용한 복합 한방치료가 시행됩니다. 치료 기간은 질병의 경중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수 주 한방치료를 받게 됩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손가락을 고정하여 움직임을 단기간 제한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방아쇠 수지를 예방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서 보았듯 손으로 반복적으로 쥐는 증상이 방아쇠 수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손가락을 펴서 스트레칭 하는 동작이 도움이 됩니다. 바닥에 손바닥을 댄 상태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지그시 들어올리고, 들어 올린 상태에서 몇 초간 유지한 후 바닥에 내려놓는 식으로 운동합니다.
평소에 손가락을 펴는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동그란 모양의 고무줄을 손에 끼워 손가락에 걸칩니다. 머리를 묶는 고무줄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다섯 손가락을 쫙 펴면서 고무줄을 늘려주는 것을 반복합니다.
손가락을 접는 근육 또한 강화하면 굽히는 동작을 반복하더라도 힘줄에 손상이 덜 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맨손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운동도 도움이 되며, 손에 감싸 쥘 수 있는 탱탱볼이나 테니스공을 이용하여 손을 쥐었다 펴는 운동도 좋습니다. 단, 방아쇠 수지가 악화되는 양상이라면 손으로 하는 작업이나 운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손가락을 압박할 수 있는 보조기 등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