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신나게 먹고 놀기

▲ 아이들이 직접 만든 나무비석으로 비석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 불피우기는 역시 우리 아빠가 최고야!.

야외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면 무엇보다 날씨가 제일 걱정이다.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일기예보에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겨울바람은 멈추었고 겨울햇살은 따스했다. 늘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북적이던 문암생태공원이 날씨가 춥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한산했다. 그 또한 다행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50여명의 에코가족들이 신나게 먹고 뛰어 놀 장소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면 매번 그렇지만 이 날은 놀거리 뿐만 아니라 먹거리 까지 준비해야 하니 더욱 분주했다.

‘자연아 놀자’ 열네 번 째 프로그램의 주제는 ‘신나게 먹고 놀기’다. 여기서 ‘신나게’란 생태적으로, 전통적으로 라는 뜻이 담겨 있지만 우선 재밌어야 한다. 먼저 신나게 먹기 위해서 불을 피울 준비와 먹거리를 준비한다. 일찍 도착한 가족들은 에코콤플렉스 개관 1년 동안의 활동사진전을 둘러본다. 자연아놀자 코너의 사진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찾으며 좋아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마이크 소리에 활동사진전을 관람하던 가족들이 서둘러 나오는데 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다. 자연아 놀자 프로그램을 모두 참가한 태인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신발을 신느라 프로그램에 늦어서란다. 염우 관장님이 인사말씀을 안하면 아직 시작을 안한거라 하니 겨우 울음을 그친다. 태인의 귀여운 울음 덕에 한바탕 웃으며 그렇게 신나게 먹고 놀기를 시작했다.

먼저 불장난하기다. 에코리더 조희숙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세 모둠으로 나누어 불을 피운다. 에코리더 선생님들이 미리 주워 놓은 공원의 메타세콰이어 나무의 솔방울과 솔잎을 불쏘시개로 삼는다. 자연아 놀자는 매번 프로그램 자료를 준비해 나눠 주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자료는 없다. 제목이 신나게 먹고 놀기인 이유도 있지만 자료를 불쏘시개로 사용할 것 같아서다. 솔방울과 솔잎 위로 잘 마른 장작을 올려 숯을 만들고, 그 속에 가족들이 호일에 싼 고구마를 묻고, 철망에 놓인 밤이 그 위에 자리한다. 얼마 전 문암생태공원 잔디밭에서 열린 초록마을 도농교류 한마당에 참여한 농촌초록마을의 고구마와 밤이다. 고구마와 밤이 익기를 기다리며 이제 놀거리를 준비한다.

놀기 담당은 에코리더 정영주 선생님이다. 나무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목재를 이용해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 사포로 문지르고 색연필로 예쁘게 꾸며 나만의 비석을 만든다. 비석치기는 던지기부터 장님까지 총 14단계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8단계인 ‘똥 꼬’를 안하려 한다는데 우리 에코어린이들은 아직 어려서인지 깔깔거리며 신나게 따라 한다. 마지막 14단계까지 하고 나니 고구마와 밤이 노랗게 익었다.

입가에 검은 숯을 묻혀 가며 황금빛 고구마와 밤을 먹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먹기에 바쁘다. 놀 때 보다 역시 먹을 때 더 집중을 잘 하는 듯 하다. 내가 어렸을 때 교실 난로 위에 올려 놓고 구워 먹던 쫀드기도 준비를 했다. 그야말로 추억의 간식거리다. 패스트푸드 시대인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오래된 추억을 맛보고, 아이들은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먹었으니 이젠 또 놀 시간이다. 두 번째 놀잇감도 직접 만든다. 만들기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재활용이다. 행사 때 사용했던 폐현수막을 활용하고 버려지는 베트병 뚜껑 속에 무게감을 주기 위해 작은 조약돌을 넣어 멋진 제기를 만든다. 큰 현수막으로 보자기를 만들어 몇 가족이 함께 잡고 제기를 높게 올리는 협동제기부터, 제기차기 시합까지 한바탕 신나게 뛰어놀았다.

적게는 처음 참가한 가족부터, 많게는 모든 프로그램을 참가한 가족까지 있다. 여러 차례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이웃집 만난 듯이 반가워 하고 아이들끼리도 제법 친해졌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마무리로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는 서로 발표하겠다고 손을 번쩍번쩍 든다.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력도 길러지는 듯 하다. 아이들 발표를 보는 아빠, 엄마의 흐뭇한 표정도 참 기분 좋다.

그렇게 준비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마무리 했다. 아빠, 엄마와 함께 했던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으리라. 아이들이 커서 부모가 되면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도 그날의 행복했던 시간을 전해 주길 바라며, ‘자연아 놀자~’를 힘차게 외친다.

/김은선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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