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인류는 태초부터 물을 영원불멸(永遠不滅)의 존재로 신성시하며 소중하게 다루었다. ‘동의보감’에는 물의 종류만도 33가지에 달할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 물에 대한 효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많은 약수 중 온천 발견의 역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온천은 주로 화산지역에 많았지만 지하수와 광물 성분에 반응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온천은 신화와 관련해 전설처럼 전해져 왔고 이를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방편으로 이용해왔다. 

성현의 용재총화 권9에 송나라 사람 당자서(唐子西)가 온천에 관한 것을 말한 ‘논탕천기(論湯泉記)’에 실린 두 번째 소개는 아래와 같다.

강원도에는 세 개의 온천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이천현(伊川縣)의 북쪽 깊은 산속에 있다. 세종께서 옛 동주(東州:철원)의 들에서 강무(講武:왕의 친림 하에 실시하는 군사 훈련)하시고 온천에 들렀었다. 또 하나는 고성현(高城縣)의 속읍인 환가(고성군 북쪽 27리)에 있으니 금강산 동쪽 기슭이다. 샘이 큰 시냇가에 있는데 노춘정(盧春井)으로 세조께서 친히 납시어 지금까지도 어실(御室)과 불당(佛堂)이 있다. 나머지 하나는 평해군(平海君) 서쪽 백암산(白巖山) 밑에 있는데, 샘이 상등성이 높은 언덕에서 솟아 나온다. 샘물이 알맞게 따뜻하고 매우 깨끗하다. 이 온천은 삼국시대 때 백암사(白岩寺) 신미(信眉)가 큰 집을 짓고 쌀을 꾸어주고 받고 하여 목욕하러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베풀었는데, 지금까지도 옛날과 같이 하고 있다.

황해도(黃海道)에 온천이 가장 많다. 백천(白川) 대교온정(大橋溫井)ㆍ연안(延安) 전성온정(氈城溫井)ㆍ평산온정(平山溫井)ㆍ문화온정(文化溫井)ㆍ안악온정(安岳溫井)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해주(海州)의 마산온정(馬山溫井)이 가장 기이(奇異)하여 미지근한 것도 있고 몹시 뜨거운 것도 있다. 바로 샘 옆이 바다이기 때문에 그 냄새가 좋지 않고 맛은 짜다. 들 가운데 30여 군데쯤 있는데, 그중에는 괴어서 못을 이룬 곳도 있고, 혹은 조그마하게 물웅덩이를 만든 것도 있으며, 혹은 물밑이 뜨거워서 밟기 어려운 곳도 있다.

또 어떤 것은 넘치는 샘이 물을 뿜어내어 뜨거운 물거품이 용솟음쳐서 주위에 있는 진흙이 뜨거워 열 때문에 엉겨서 돌과 같이 단단하다. 채소(菜蔬) 줄기를 그 속에 던져보면 순식간에 익어버린다. 아침 저녁에 김(蒸)이 서려서 온 들이 연기가 낀 것 같고, 평지는 따뜻해 마치 토상(土床:흙침대)에 누운 것과 같다.

동양의 과학과 철학은 생명의 기원을 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정화수를 하늘과 땅 즉 우주 생명의 기운을 받는 청수(淸水)로 여겨 경건히 기도의 대상으로 신성시했다. 그러나 오늘날 물은 산업화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유명온천은 과도한 온천수 취수(取水)로 인한 수위강하와 시설 재투자가 미미(微微)하고 노후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온천 물을 활용한 웰빙 치료법의 연구와 더불어 산업의 생명수로 소중한 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資産)으로 길이 보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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