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중국에 이러한 설화(說話)가 있다.

한 사람의 젊은이가 선인(仙人)이 돼 하늘을 날아보리라 생각하고 강선기(降仙岐)라고 하는 선인이 하계(下界)에 내려온다는 장소 근처에 움막을 짓고 수업(修業)에 들어갔다. 21일 동안 밥과 술을 먹지 않고 훈련을 쌓으면 선인이 될 수 있다고 전해져 내려왔으므로 젊은이는 단식을 계속하다가 뛰어보았지만 공복(空腹)과 피로가 겹쳐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며칠을 잤을까. 눈을 뜬 사나이는 예정된 수업을 끝냈다고 생각하고 움막에서 나왔다. 높은 벼랑 위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크게 숨을 몰아쉰 다음 야! 하고 공중에 몸을 날렸다. 상당히 날아갔으리라고 생각한 순간 젊은이는 벼랑 아래 있는 바위에 떨어져 즉사하고 말았다. 자기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높은 곳만을 쳐다보다가는 결과적으로 비참한 모습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이야기다.

장자(莊子)에는 이런 교훈도 있다. 버마제비가 어깨를 으쓱 치켜 올리고 풀밭을 걷고 있었다. 날개를 내리고 있던 파리는 버마제비를 보자 깜짝 놀라 날아가 버렸다. 조금 가다가 개미와 마주쳤지만 개미는 버마제비를 보자 살짝 옆으로 비켜서 버렸다. 버마제비는 의기양양하게 넓은 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서 차(車)가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차는 버마제비를 보고서도 멈추려는 기색이 없다. 화가 난 버마제비는 차를 향해 치달았지만 차는 그대로 지나가면서 버마제비를 깔아뭉개 버렸다. 버마제비의 의기(意氣)는 칭찬해야 할 것인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보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나 질 수밖에 없는 도전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쓸데없이 자기를 상하게 할뿐이며 패배감과 무력감(無力感)만을 가져오게 한다. 그러한 패배를 통해 마음의 자세가 자꾸 위축돼 가는 위험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좌절과 실패를 거듭하면 인간은 패배의식에 휩싸여 결정적인 열등의식의 포로가 된다. 이것은 자신의 장래를 볼 때 극히 위험한 것이다.

손자(孫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百戰)백승(百勝)이다.”고 갈파한 바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를 안다는 것이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자기의 능(能)과 소(少)를 알고 손을 길게 뻗치면 닿을 수 있을 만 한 목표를 정하고 이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허세(虛勢)로 몰아붙이다가는 비참한 패배의 모습 밖에 남을 것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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