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두렁 태우기’ 얻을 게 없다
‘논밭두렁 태우기’ 얻을 게 없다
  • 충청매일
  • 승인 2017.04.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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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각 청주시 산림과 산림보호팀장

한참 일을 하고 민원인과 승강이가 벌어지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어디요? ○○면이요? 네, 알겠습니다.”

“얘들아, 산불 신고다. 카메라 돌려봐, 일단 구청하고 ○○면 전화해서 현장 출동하라고 해.”

“이장님, 여기 산림과예요. 혹시 ○○면 거기 자짱면 집 뒷산에 불 났나요?” 

순식간에 복잡한 시장처럼 시끄러워진다.

물론 산불조심기간이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지만 피크는 3, 4월이다.

산림과 산림보호팀은 이렇게 3월부터 4월까지는 초비상이 된다. 심지어 1년에 한 번쯤은 야간 산불도 발생해 잠을 자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 산불기간 내내 애간장을 태운다.

산불 현장을 가보면 논밭두렁 소각이 많아도 참 많다. 논밭두렁 소각은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되는데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충해 방제 효과가 없고 해로운 벌레보다 이로운 벌레가 더 많이 죽어 농사짓는 데 불리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농 부산물 잔재물이나 쓰레기 등 처리 목적으로 태우는 사람들이 많다. 논밭두렁 화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그렇게 이로울 게 없다고 하는데도 논밭두렁을 태우다 산불로 번지고 때론 산불을 끄기 위해 목숨까지 잃는 걸 보면 더 안타깝고 짠하다.

영농 부산물의 경우 파쇄 신청을 하면 현장으로 파쇄기를 가지고 가서 파쇄를 해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산불을 낸 자에 대해 온정주의로 처리했으나 최근에는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산불 가해자에 대한 실제 처벌 사례 위주로 홍보를 하고 있다.

4월도 되지 않았는데 우리 시에서는 벌써 산림 연접지 내에서 불을 피운 경우가 있어 과태료를 10건이나 부과했고 산불을 낸 자에 대해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산불 낸 사람들을 피의자로 조서를 받다보면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산불이 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꿈에서 시달리기도 해 약을 먹고 있다며 하소연을 하고 조서 받는 내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까짓 논밭두렁 태우기가 뭐라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

4월 1~2일에는 제17차 산불제로작전이 추진됐다. 주말 및 청명·한식을 맞아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산불제로작전을 수행했으니 각별한 주의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산림은 소중한 자원이다.

오랜 기간 애써 키운 숲을 하루아침에 폐허로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았다. 나무 수천 그루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불로부터 수목을 지키는 일이 더욱더 중요하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산불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제 진짜 그만 태우세요. 진짜 부탁드려유~ 숲과 함께 100세까지 오래오래 함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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