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서점 50% 이상 거래…불황에 반품·정산 난항 겹쳐

국내 2위 출판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에 청주 지역 서점들이 비상에 걸렸다.

송인서적은 지난 2일 돌아온 100억원 규모 어음 중 일부를 처리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고 이튿날 최종 부도 처리됐다. 출판계는 210억원대의 전체 어음 외에도 송인서적의 부채 규모가 큰 만큼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2천여개 출판사와 거래중인 송인서적은 북센에 이어 국내 2위 출판도매상이다. 이들은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받아 서점에 공급하고, 대금을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서적 유통을 담당해왔다.

이번 부도로 현금 거래를 주로 해 온 대형 출판사보다 중소형 출판사가, 또 도매상 2~3곳과 복수 거래하는 중형서점과 달리 거래처를 여러 곳에 두기 어려워 송인서적과 주로 거래했던 소규모 서점들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청주 지역은 서점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4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청주시서점조합은 청주 지역 서점 가운데 50% 이상이 송인서적과 거래해왔으며, 예상 피해액은 7~8억원 정도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서점업계가 이번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복수거래를 해온 서점은 그나마 책 수급의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송인서적과만 거래해온 소규모 서점들은 당장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빠른 후속처리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서점은 당장 반품과 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반품되지 않는 책을 보관할 곳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한 서점 대표는 “책 수급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금전적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의 지역 서점에서 재고분 때문에 신간을 받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고분을 버리면 채권단이 회수할 때 현금으로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거래처를 찾는 것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 그동안 도매업체와 소규모 서점은 갑을 관계였다. 이번 일로 새로운 도매업체에서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내건다면 대책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송인서적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도 부도를 맞았지만 출판사들이 지원해 되살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출판유통의 한 축이 무너지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동정론이 많지만 이참에 어음결제 등 후진적 영업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서점 대표는 “송인서적은 제법 작은 서점에도 도움을 줬던 곳인데 이런 사태를 맞게돼 안타깝다”며 “이참에 출판사와 서점이 상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로의 개선으로 자생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당장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점에 배포된 책들이 남아있는 만큼 이들 책의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는 책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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