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메이저리그 진출 후 외국 에이스 득세
투수 자원 부족…토종 대항마 양현종이 유일

바야흐로 ‘타고투저(打高投低)’의 시대에 투수들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투수가 부족한 한국 프로야구는 타자들이 득세하면서 갈수록 마운드의 열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토종 투수들이 정상의 자리를 외국 선수들에 내주는 판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KBO 리그 최고 투수는 토종이 아닌 외국 선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3년 동안 KBO 리그의 최고 투수는 이방인이었다.

2014년 20승을 따낸 넥센 에이스 앤디 벤 헤켄에 이어 지난해는 NC 에릭 해커가 이에 버금가는 19승(5패)을 따내며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올해는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22승(3패)의 압도적 성적으로 계보를 이었다. 니퍼트는 MVP까지 수상했다.

역대 KBO 리그 골든글러브 투수 수상자 중에 외국 선수의 3년 연속 수상은 없었다.

전체 포지션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수 골든글러버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이 최초였고, 2009년 아퀼리로 로페즈(당시 KIA)뿐이었다.

그만큼 최근 외인 투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모두 17명. 이들 중 국내 선수는 7명뿐이었다. 나머지 10명이 외국 선수였다.

지난해도 20명 중 7명만 토종이었다. 10구단 체제로 들어서면서 경기수는 144경기로 늘었지만 토종 선발들의 꾸준함은 줄었다는 뜻이다. 128경기 체제였던 2014년 규정이닝 투수 23명 중 토종은 절반이 넘는 13명이었다. 

내년에도 외인 투수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아직 두산과 협상 중이지만 니퍼트가 내년에도 KBO 리그에서 뛸 것은 확실하고, 해커는 최근 100만 달러(약 12억원)에 NC와 5년째 계약을 맺었다. 밴 헤켄도 90만달러(약 11억원)에 넥센과 재계약했다.

이들 외에도 외인 에이스는 즐비하다. 니퍼트에 살짝 밀린 탈삼진왕(160개)이자 다승 2위(18승)의 마이클 보우덴(두산)을 비롯해 올해 13경기만 등판하고도 7승(2패)을 챙긴 더스틴 허프(LG)는 내년 풀타임을 뛴다. 다승 3위(15승) 헥터 노에시(KIA)도 적응을 마쳐 내년 본격적으로 KBO 리그 정복에 나선다.

토종 에이스로는 양현종(KIA) 정도가 대항마로 꼽힌다. 양현종은 올해 최다 퀄리티스타트(22번)에도 10승(12패)에 그쳐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에는 KBO 최초 ‘100억원의 사나이’ 최형우의 가세로 타격 지원이 늘어날 것이 예상돼 승수도 비례할 전망이다.

28살 동갑내기 김광현(SK)은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내년을 접는다. 꾸준함의 대명사 장원준(두산)도 있지만 니퍼트, 보우덴에 이은 팀 3선발이다. 지난해 17승을 따낸 윤성환(삼성)은 팀 타선이 약해졌다. 최고 투수에 도전할 여건이 갖춰진 선수는 양현종이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MVP급 국내 투수는 류현진(29 ·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더욱 귀해졌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한 이후 외국 에이스의 득세가 심해졌다. 최근에는 앞다퉈 각 구단들이 MLB급 투수들을 모셔오면서 국내 투수들이 1, 2선발 자리를 내줬다. 등판 기회가 많은 만큼 외인들의 승수와 성적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KBO 리그는 가뜩이나 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풀타임 선발 시즌이 많지 않은 차우찬(LG)이 역대 투수 최고액(4년 95억원)을 찍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선수층이 얇은 한국 야구의 저변에 외국 투수의 득세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과연 내년에도 최고 투수의 몫은 이방인에게 돌아갈 것인가. 토종 투수들의 분전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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