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판단을 내리면 책임이 발생한다. 그래서 마음 약한 사람들은 판단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라.

판단을 내리려 하지 않거나 오늘 내일 하면서 질질 끌고만 있거나 타인에게 판단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하나의 판단이 아니겠는가. 좋든 싫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져야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그 인물의 권위는 손상되고 평가는 낮춰져 스스로 자기 장래의 길을 좁히거나 또는 아주 막아 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 때는 분명하지 않겠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는 결국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위(不作爲)에 의해서 바로 눈에 띄지도 않고 장부에 기장되지도 않지만 굉장한 기회상실이 생겨난다. 회계적으로는 계산되어 있지 않지만 인생이라는 커다란 장부에는 명확하게 기장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기록되어 그 인물의 평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판단, 결단을 주저하는 자에게 내일은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이 독단전행(獨斷專行)에 흐르거나 망상이여서는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죽기 3, 4년 전부터 판단력이 흐려져 그 영광을 손상시키는 잘못된 결단을 내리고 있는가.

루즈벨트도 그랬고 모택동도 그랬다. 헨리 포드도 그랬고 저 독일의 군수재벌(軍需財閥) 알프레드 크루프도 그랬다. 황제 나폴레옹도 마지막 운명을 건 워털루의 전투에서 결정적인 판단의 미스를 범하고 있다. 그날 아침 일찍 전선을 돌아본 나폴레옹은 전날 밤의 비 때문에 도로가 엉망이 된 것을 보고 이래서는 포차(砲車)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해 공격개시의 명령을 몇 시간 동안이나 주저한다. 나폴레옹은 포병 출신이었고 포병으로 해서 세계를 주름잡았기 때문에 포격전을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이 착오였다. 이 몇 시간 동안에 적측의 원군(援軍)이 도착하여 완전히 형세는 역전되었고 황제 나폴레옹은 권좌(權座)에서 물러나 센트 헤레나로 떠나야 했다. 만약 이 싸움이 2시간만 더 빨랐다면 나폴레옹의 승리는 확실한 것이었다고 역사가들은 분석한다.

이 교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것은 인간이란 자기가 자랑하는 재능을 바탕으로 해서 성장해 가지만 또 그 재능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극히 많다는 사실이다. 재주 있는 사람은 재주 때문에 망하고 힘센 사람은 그 힘 때문에 망하기 쉽고 권력가(權力家)는 그 권력으로 망하기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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