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철 제천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올 하반기 세계 정치분야의 최대 행사중의 하나인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제 두어 달 남았다.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의 불꽃 튀는 경쟁은 TV광고와 토론회 등의 본격적인 미디어 선거전으로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후보지지율의 치열한 접전 양상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그들의 대선캠페인도 눈여겨 볼만하다. 광범위한 선거운동 규제의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선거운동 허용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내용과 매체의 제한이 없는 광고를 통해 세분화된 유권자층을 향한 홍보전략을 구사하기도 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또한 가정방문(Canvassing·캔버싱)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미국 선거법은 투표자 매수행위나 현직 의원의 권한 남용 등 제한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방식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348개 조문에 달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200여개가 넘는 규제 항목이 존재한다. 여기에 법이나 규칙으로 판가름하기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유권해석까지 합하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선거법이 이렇게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과거 이른바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로 대변되는 관권선거·금권선거의 폐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규제가 반영된 결과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다만’이라는 방식의 단서를 통한 땜질 처방이 반복됐다. 1994년 공직선거법 제정 이래 60여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누더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의 수많은 규제가 그간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본적인 기반을 제공한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성숙에 뒤처지는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참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규제 완화에 대한 개정 의견을 국회에 꾸준히 제출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논의가 국회의원 선출방식에 치우치면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나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를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은 번번이 무산돼 왔다.

법삼장(法三章)이란 말이 있다. ‘단 세가지 죄만을 정한 법’으로 규제나 법률은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의 선거운동을 보자. 선거일 전 90일, 선거일 전 60일 등 기간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살펴보아야 하고, 선거운동 주체가 예비후보자인지, 후보자인지, 유권자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지, ‘선거에 관한’ 행위인지까지 고려하면 이미 지친다. 후보자가 피켓을 목걸이 형태로 목에 걸거나 몸에 착용했는지, 바닥에 세워놓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지로 다투지 말자. 유권자가 투표소 인증샷으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지, 하트모양을 그리는지 그게 중요한가? 뭣이 중한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불합리하거나 비현실적인 규제를 폐지·완화해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유권자의 책임있는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돼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근본적인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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