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모래하천 미호천 연구가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쌍청리 쌍청교 아래 하중도의 버드나무 벌목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하중도와 버드나무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미호천, 전국 유일의 모래강·가장 큰 분지 발달

모래톱·하중도, 물 저장·공급하는 녹색 댐 역할

미래형 생활공간 만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

버드나무 사라지면 모래톱·하중도도 유실·변형

미호천 특징 충분히 이해하고 관리 정책 수립해야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미호천 물길을 답사하는 동안 미호천 유역에 발달한 하중도와 모래톱, 둔치 등에 자생하고 있는 버드나무 군락지에 대한 벌목작업을 네 차례나 목격했다.

하나는 한 개인 업체가 하천둔치에 농약살포용 헬기 교육시설을 만들기 위해 약 1km 거리를 훼손한 모습이고, 나머지는 청주시가 홍수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오창읍 팔결교에서 공항대교 구간, 오송읍 쌍청리 쌍청교 아래 병천천,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 등에 대해 벌목 공사를 벌였다. 이는 청주시의 미호천 유역에 대한 관리 부재는 물론이고 올바른 하천관리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일이다.

청주시의 벌목공사가 홍수피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전국 유일의 전형적인 모래하천 특징을 갖고 있는 미호천의 가치, 향후 올바른 미호천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오랫동안 미호천을 연구해온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68)를 만나 들어 보았다.

●우리나라 하천이 유럽의 하천과 근본적으로 성질이 다르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미호천의 특징과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프랑스 세느강과 영국의 테임즈강 등 유럽의 하천은 폭이 좁고 깊어 운하로서의 기능은 있지만 모래톱이나 자갈톱이 없어 수질은 좋지 않다. 유럽의 나라들이 수질향상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자연정화기능을 따라갈 수 없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토는 낮은 구릉지의 산들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거기서 생성되는 모래가 강으로 유입돼 모래톱과 하중도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의 모래톱이 망가졌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형적인 모래하천인 미호천에 모래톱이 남아 있다는 것은 지역으로서 천혜의 행운이다. 미호천 주변으로 형성된 낮은 구릉지의 편마암, 화강암 산지 덕분에 발달한 모래톱과 하중도는 홍수때 물을 저장하고 갈수기때 물을 공급하는 녹색 댐의 역할을 해준다. 전국에서 미호천 유역이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가 적은 이유다. 미호천은 우리 강의 상징인 모래강의 원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전국 유일의 물길이다. 모래하천 연구에도 귀중한 자원이다.”

●그렇다면 하천을 지형학적으로 연구하신 관점에서 미호천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금강에 모래를 공급하는 주요 지천으로 미호천 유역에 넓은 분지를 형성해 농업의 발달을 이루어 주었다. 미호평야로 불리는 청주분지와 백곡지와 만나는 진천분지는 남북한 합쳐도 규모가 큰 편이다. 그밖에 중소분지가 미호천 유역을 따라 고루 발달해 있다. 이들 분지는 남서쪽으로 대전분지와 논산·호남평야와 연결되고 동북방향으로 충주·제천분지와 연결돼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가장 긴 평야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 국토에서 가장 연속성이 높은 동서 생활공간 축을 이룬다. 수도권과 호남, 영남, 태백 및 동해안을 통하는 사통팔달의 국가 간선망이 만나는 지리적 요충지로 향후 통일이후까지 거시적으로 봤을 때 이만한 국토공간이 없다. 중부권이 수용할 수 있는 국가적 토지 이용은 미호천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호천은 개발 안 된 빈 공간이 남아 있어 도시화 가능 공간이 고갈된 금강의 다른 지류인 갑천유역(대전시)과 비교되는 일이다. 우리 국토에서 미래형(녹색공간)의 생활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유럽과 다른 우리나라 모래하천(미호천)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모래하천의 특징은 모래톱과 하중도의 발달로 자연풍광이 아름답다는 점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자연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질 자연정화 능력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모래톱은 ‘하늘이 내린 수질정화 필터’라고 부른다. 미호천 유역으로 많은 산업폐수와 축산폐수가 유입되고 있지만 모래가 퇴적돼 쌓인 하중도와 물의 유속변화가 심한 구간에 발달한 모래톱 덕분에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1급수의 물로 정화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는 40%의 빈공간이 있다. 이 많은 모래 공간에 물이 채워진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양이다. 모래를 준설하고 보를 만든 4대강 사업이 미친 짓이라는 게 설명되는 일이다. 모래 공간에서 물이 살아 숨 쉬게 돼 물을 머금었다 내보내면 자연정화 되는 것이다. 모래톱과 하중도가 발달해 있다는 것은 살아 숨 쉬는 하천이라는 의미다. 수질정화 능력이 탁월한 미호천은 청주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길이다.”

●청주시가 하천관리 차원에서 모래톱 둔치와 하중도에 자생하고 있는 버드나무를 무작위로 벌목하는데, 이것이 홍수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홍수와 가뭄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 녹색 댐 역할을 하는 하중도와 모래톱에 자생하는 버드나무는 이 공간을 유지시켜주는 버팀목 기능을 해준다. 버드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면 하중도와 모래톱 둔치가 쉽게 유실되고 변형된다. 녹색 댐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버드나무는 플랑크톤 등을 생성해 하천 생태계 순환은 물론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중도와 둔치는 사람이 사는 공간과 하천의 공간을 잇는 중간지대로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식생 등 자연생태계를 풍요롭게 유지해주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농경지 침수 등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래톱은 강물이 불어날 때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가 천의 수위가 낮아지면 다시 퇴적돼 갈수기를 견디는 물저장고 역할을 한다. 이때 하류 부분에 집중적으로 퇴적물이 쌓일 경우 물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상류 쪽이 범람이나 농경지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물이 흐르는 통수 구간에 부분적인 준설작업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과 같이 무작위 준설이 아니고 부분적으로 하상이 높아진 곳에 한해 필요하다. 그 외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버드나무 군락지나 하중도, 모래톱 둔치는 자연이 허용한 귀중한 자원공간으로 하천의 배수축 역할을 한다. 손댈게 전혀 없다.”

●앞으로 미호천 유역에 대한 최선의 관리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선 자치단체가 모래하천인 미호천이 갖고 있는 특징을 파악하고 천혜의 조건을 확실하게 인식한 후 매뉴얼을 만들어 하천관리에 반영해야 한다. 친수공간 조성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하천의 특징을 무시한 사업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조경업자들이 친수공간에 나무를 무작위로 심는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버드나무는 자연이 하천에 허용한 유일한 나무다. 소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산에 자라야할 나무를 하천에 심는다면 살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유속을 느리게 하는 원인이 돼 하천도 변형되고 나무도 잃는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이 생성되는 것이 자연의 오묘한 이치다. 콘크리트 보나 제방이 하천의 원형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주 필요한 곳에 한해서 설치해야 한다. 부산의 경우 콘크리트 방조제가 해운대 모래를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결국 무엇이 인간에게 이득인지 장기적으로 잘 살펴봐야 한다. 모래하천은 유동성이 좋아 물의 양을 자동적으로 조절해주기 때문에 자연재해가 심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미호천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하천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호천 유역의 물 저장능력은 하늘이 내린 보물이다. 교원대의 경우 일대 화강암의 풍화층으로 형성된 구릉지에 저장된 지하수로 2천여명이 사용해도 고갈된 적이 없다. 수질도 좋다. 인간의 간섭은 자연수용능력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의 특성과 궁합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후손과 나눠 사용할 수 있다. 무심천 물길이 한순간에 좋아진 선례가 있지 않은가? 그만큼 자정능력이 강한 특징이 있는 미호천 유역이기 때문에 미호종개가 돌아오는 1급수 회복이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오경섭 교수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원대학(청주사범대)에서 3년간 재직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제1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구교수로 있다 1988년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에 부임해 2011년까지 재직했다.

현재는 명예교수로 대한하천학회 세미나 등에서 모래하천과 관련한 연구논문 발표 및 울산의 태화강 살리기 등에 참여해 실효를 거둔바 있는 우리나라 모래하천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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