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행복나눔협동조합 대표이사

외국 여행을 가기 전에 준비해야할 일 중에 하나가 환전이다. 혹시 바빠서 환전을 못하는 경우나 환전한 돈이 적어 외국에서 다시 환전을 할 경우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마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 계획이 서면 우선 환전할 금액부터 계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출장을 위해 환전을 하려고 여행경비를 계산하는데 아내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여보! 이번 출장은 베트남 원조사업을 위해 가는 것이니 1달러짜리를 많이 바꾸어 가세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1달러짜리를 많이 바꾸어 가라니.” “호텔이나 식당에서 팁 좀 주시구려. 가끔 당신과 외국여행을 가면 느끼는 것이 있는데, 당신은 팁에 너무 인색해요. 사람이 쓸데는 좀 써야 하는데….”

아내로부터 조언인지 핀잔인지를 듣고 보니 괜스레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남자라고 수긍하기는 싫어 한마디 던지고는 밖으로 나왔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겉멋만 들어서 흥청망청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아이고 우리 집에도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든 졸부 하나 나오셨네.”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갔다가 저녁에 방에 들어오면 언제 다녀갔는지 우렁아씨가 방을 깨끗하게 치워 놓았다. 방청소는 물론 욕실의 수건이나 침대. 그리고 여러개의 쓰레기통까지도…  잘 정리된 방에 들어서자마자 끈적거리는 땀을 샤워로 씻어 내고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두른 후에 침대에 벌렁 눕는 순간의 안락함과 평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제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직원과의 면담이 약속돼 있어 회의장으로 급히 나가다가 그만 준비한 책자를 호텔에 두고 왔다. 다시 호텔로 올라가니 마침 우렁아씨가 내방을 청소하고 있다가 인기척에 깜짝 놀란다. “굿모닝”하고는 책을 가지고 나오려다 우연히 우렁아씨의 손에 들린 1달러짜리 지폐를 보았다. 아마 내가 책상에 놓아둔 팁을 그녀가 막 집는 순간에 내가 들어선 모양이다. 너무나 당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지갑에서 1달러 지폐를 하나 꺼내어 우렁아씨에게 주면서 “나이스 룸써비스”하니 우렁아씨는 그제야 얼굴이 환해지며 “땡큐, 땡큐”를 연발한다. 나에게는 별 느낌 없는 1달러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날 하루의 반찬 값 또는 아이들의 간식 값 일수도 있을 것이다. 회의 시간 때문에 더 이상의 말도 못하고 ‘후다닥’ 방을 내려왔지만 지금도 환하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보! 참 잘했어요. 마누라 말 들어서 손해 본 것 있으면 말해 보세요. 역시 당신은 최고예요.”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내의 음성 또한 나를 환하게 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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