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충북테크노파크한방천연물센터장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은 말라리아 치료제와 기생충 구충약을 개발한 과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이 중 중국 투유유(85·여) 교수는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던 천연약재 청호(개똥쑥)에 들어있는 아르테미시닌이라는 성분을 이용해 새로운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공로가 인정됐다. 노벨상 위원회가 밝혔듯 투 교수의 연구는 수억명의 삶을 바꾼 대단한 업적으로 동양의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천연물 약재가 과학적 뒷받침을 통해 신약개발 등 바이오 첨단분야의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사례가 됐다.

세계는 지금 여러 이유에서 자국의 천연물자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2014년 10월에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에 기인한다. 이 의정서에 의하면 다른 나라의 천연물자원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경우엔 판매이익을 자원 제공국에게 일정부분 제공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천연물 소재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많이 활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전통지식과 질병치료 경험의 전례가 풍부하게 축적돼 있어 다른 의료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4계절의 뚜렷한 기후변화와 지형의 다양성으로 인해 약용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식물이 약 900여종 자생하고 있어 절대 강자가 없는 천연물 개발과 자원주권 확보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로 우리나라에서도 천연물 약재를 이용한 천연물 신약 8종류가 약품 허가를 받았다. 그 중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위령선, 괄루근, 하고초 성분), 위염치료제 ‘스티렌’(쑥 추출물) 등은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신약개발 회사가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외에도 참마를 이용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와 산꼬리풀을 이용한 천식 치료제가 미국 FDA 임상 2상 단계에 있고 인삼추출물을 이용한 항암보조제가 유럽 임상 1상을 완료하는 등 국제규정에도 적합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충북에서도 세계 3대 바이오밸리 도약을 위한 발전전략에 천연물산업을 포함시켜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천연물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천연물약재의 재배 관리 및 원료 추출의 표준화, 효능과 안전성의 확립, 천연물 완제품 생산시설 등의 첨단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범위를 넓혀 우수한 약재가 재배되도록 유도하고, GMP(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적합한 표준화·규격화된 천연물원료제조거점센터를 조기에 건립해 이를 중심으로 생산 및 평가가 가능한 종합적인 천연물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천연물산업의 기술혁신을 선도할 수 있으며, 생명 존중이라는 상생의 가치를 이룰 수 있다. 천연물로 제2의 노벨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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