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최근 문화재계는 증도가자와 천경자 화백의 위작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공개 이후 때부터 출처 경위의 불분명과 서체문제로 위작일 가능성을 일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자들은 손꼽을 정도이고, 활자의 실물을 접할 수 없어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과학적인 분석 결과 위작으로 의심된다고 하며, 더욱이 금속성분에 의문을 가진 이들도 있어 위조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때마침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과 함께 그녀의 작품 미인도에 대한 진품시비가 다시 불붙고 있는데, 증도가자와 미인도에 관한 위작은 유사한 면이 많다. 천경자 화백이 생존해 있을 때 본인은 물론 그림을 위조한 장본인이 위작임을 밝혔음에도 한국화랑협회 등 미술작품 시장에서는 진품이 틀림없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감정 결과를 하나같이 거들었다.

증도가자 또한 국과수에서 첨단과학 기법으로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에 대해서는 위작 가능성이 높아 나머지 다보성고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활자 모두를 분석해야 그 결과가 확실해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증도가자를 처음 공개한 남권희 교수측에서는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직 섣부른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남교수가 주장하는 학설이 금속학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처음부터 증도가자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이들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으며, 서지학의 권위자인 남교수 혼자만이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천경자 화백은 오죽했으면 자신의 작품도 못 알아보는 노인으로 취급되어 절필을 선언하고 이국땅으로 가서 그 곳에서 생애를 마쳤겠는가? 이것이 오늘날 우리 문화계의 현주소라면 아주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 위작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개인의 명성이나 상업적 목적 외에 정치적 의도일 수도 있다고 한다. 증도가자의 경우 위작이 사실이라면 다보성미술관과 모 대학 산학협력단은 비양심적 위작거래를 한 셈이 되고, 이를 사전에 잘 확인하지 않고 활자를 사들인 청주고인쇄박물관 또한 전문성 신뢰가 떨어질 정도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검증되지 않은 문화재를 수 천만원이나 주고 사서 전시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청주고인쇄박물관의 조직관리 등 운영의 문제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만일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무척 싼 가격으로 입수한 것이나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증도가자가 검증에 있어서 국립대학교에서 수행한 용역사업은 지나치게 서지학적 검증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가 한다. 활자에 먹을 입힐 수 있다는 탄소연대 측정에 의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방사성동위원소 측정을 해야 했고, 가장 기초적인 비파괴방법인 분광분석법으로 성분과 활자체를 검증했어야 했다.

이번 국과수의 분석은 모 언론사에서 의뢰한 점도 있지만 국과수 자체에서 서체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실험하는 중에 우연히 밝혀냈다고 한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국과수의 문화재 감정은 수년 전에도 이루어져 결정적인 단초가 된 만큼 그 기술력은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시비도 유족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진실규명이 이루어질 추세이다. 증도가자도 권위 있는 기관에서 책임지고 서지학적 지식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진실이 명확히 밝혀졌으면 한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일에 대비해 문화재 보존과학과 감정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설립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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