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우리에게 일본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수는 닮은 것들끼리 서로 달라지려고 싸움박질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이스라엘과 중동 여러 나라의 관계도 그들이 같은 조상을 둔 형제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같은 동네에서 나온 종교죠.

일본과 우리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미워하는 한국의 마음바닥을 잘 들여다보면 한국의 미래가 일본에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가 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이것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었습니다.

동아시아 변방의 나라였던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모든 분야에서 한 수 배워가기 위해 모가지를 학처럼 길게 뽑고 눈동냥 귀동냥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들은 조선을 배우는 일이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2천년 세월을 살았습니다.

이렇게 가깝고도 먼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어떤가요? 과연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던가요? 일본은 수천 년간 우리를 봐왔기 때문에 우리를 너무나 잘 압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자들이 바로 일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본에 대해 화만 냈지 냉정한 이성으로 그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일제강점기의 피해의식 뿐입니다. 엄밀히 말해 그건 일본에 대해 아는 게 아니라 일본에 대해 몰라서 스스로 성질을 부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 없다는 것이죠. 이것은 지식인들마저 일본을 제대로 공부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중들이야 막연한 지식과 감정으로 대상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곤 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만, 한 나라를 이끄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은 결국 모든 정책에서 일본에게 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죠. 독도를 절반쯤 빼앗긴 것은 이런 무지 탓이라고 봅니다. 빼앗겨도 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 바로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식입니다.

바로 이런 갈증이 깊어질 때 나타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일본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는 신도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일본의 신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낭당 신앙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의 서낭당은 동네별로 있고 자체 독립된 형태인데 반해 일본의 신도는 그게 조직화되었다는 것이 다르죠. 조직에는 반드시 중앙이 있기 마련이고 우두머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일본 전 지역의 신들을 총괄하는 우두머리가 누구일까요? 바로 천황입니다. 이 천황에 대한 믿음과 신앙이 일본 문화의 정신이고 일본 그 자체라고 보는 것이 이 책의 시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천황 중심으로, 신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간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석연치 않았던 일본의 실체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책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이해하는 입문서로는 이보다 더 나은 책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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