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 충북예술고 교사

이것은 대만의 남회근이 지은 ‘주역계전별강’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남회근은 중국 사상에 정통한 대만의 학자입니다. 국부라고 칭송받을 만큼 학식과 인품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전합니다.

주역은, 그 내용이 어렵고 은유와 상징이 넘치는 까닭에 읽는 사람이 어떤 시각으로 읽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내용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그토록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책입니다. 다만 주역이 동양사회의 초기 시대를 반영하는 책이고, 그런 만큼 주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동양에 내려온 큰 사상의 3줄기를 다 이해해야만 주역 본래의 뜻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교, 불교, 도교라는 세 영역을 두루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 많지 않습니다. 또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굳이 주역이 어쩌고 하면서 떠들기 쉽지가 않습니다. 만약에 이런 글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글이 나타났으니, 이 책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대만에서 나왔습니다. 그것을 번역본으로나마 구경하는 것은 이즈음을 사는 우리의 축복입니다.

주역은 워낙 어렵기 때문에 공자가 주역을 편찬하면서 주역은 이렇게 보아야 한다는 식의 자습서를 몇 개 부록으로 달아놓았습니다. 그것이 뒤에 붙은 10익입니다. 그 괘가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단전(彖傳) 상 하, 각 괘에서 위 아래 괘의 관계와 각 효 사이의 관계를 풀이한 상전(象傳) 상 하, 괘사와 효사를 묶어서 풀이한 계사전(繫辭傳) 상 하, 특별히 중요한 건괘와 곤괘를 풀이한 문언전(文言傳), 점치는 방법을 풀이한 설괘전(說卦傳), 64괘의 순서를 풀이한 서괘전(序卦傳)과 잡괘전이 바로 10익입니다. 주역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어서 날개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날개 익 자입니다.

그 중에서 이 책은 ‘계사전’을 번역하고 해설한 것입니다. 경전을 번역하고 해설하는데는 그렇게 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드러나는 의미가 천차만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주역이 이렇게 쉬운 책이었던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것은 원문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풀이하는 데서 오는 쉬움이었습니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은 어렵게 설명합니다. 어떤 때는 원문보다 더 어렵게 설명합니다. 후세의 언어는 언제나 전 시대의 언어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옛 시대의 말은 아주 쉬운 것이었음을 종종 잊고 복잡한 후대의 언어로 전 시대의 언어를 해석하곤 합니다. 이런 어려움이 이 책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글쓴이의 공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공자의 말씀을 정리한 ‘논어’도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해설한 책들은 얼마나 어려운가요? 주역도 이와 같습니다. 너무나 쉽게 오늘날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썼다는 점에서 몇 차례나 책을 덮고 잠시 쉬며 혼자 웃고는 했습니다.

이 책은 해설서이자 개론서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주역을 읽다보면 시대별로 주역을 어떻게 생각하고 취급해왔는가 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즉 통사의 시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다음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료명춘·강학위·양위현 ‘주역철학사’

주역은 동양철학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글입니다. 생활 속속들이 뿌리내려서 개인과 우주의 관계를 생각하는 기본 틀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만만치 않은 책입니다. 그런데도 적당한 개설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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