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충북대 겸임교수

베트남 출장이 결정되자 많은 일들이 봇물 터지듯 달려든다. 그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 왔던 농가 컨설팅이며, 각종 회의까지 겹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내는 그런 내가 안쓰러운지도 않은지 아침부터 또 금붕어 타령이다.

“여보 당신 베트남 출장 전에 저 금붕어 좀 해결하고 가세요. 금붕어도 주인을 닮았는지 먹는 쪽쪽이 살이 되니… 이젠 어항이 작아서 안 되겠어요. 여름이라 그런지 비린내도 심하고…” 그러고 보니 아내가 금붕어 이야기를 한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럴 때마다 아내의 말을 슬그머니 무시했다. 왜냐하면 금붕어와 몇 년을 동거하며 많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기도를 갔다가 오면 금붕어들은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허공에 대고는 ‘쪽쪽’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또 다른 나의 분신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금붕어들아! 나는 영적으로 갈급하여 새벽마다 교회를 가는데, 너희들은 육적으로 갈급하여 저렇게 허공에다 입을 대고는 ‘쪽쪽’거리는 구나. 잠시만 기다려라. 바로 먹이를 줄 터이니” 하고는 먹이를 주면 금붕어들은 연신 꼬리를 치면서 정신없이 먹는다. 그런 금붕어들이 며칠 전부터 먹이를 주어도 잘 먹지도 않고, 새벽마다 나를 보아도 무덤덤하기만 하다. 혹시 어디가 아픈가하여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큰 금붕어의 머리며 눈 주위가 불그스럼한 것이 피부병인 듯하였다. “그럼 그렇지 사람이나 금붕어나 자기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은 거지. 불쌍한 것들.”

아침부터 만사를 뒤로하고 어항과 수초들을 몇 번씩 닦고는 깨끗한 물을 잔뜩 넣으니 금붕어들은 이제는 살았다는 뜻인지, 아니면 새로운 물에 적응이 덜 된 탓인지 어항 한 쪽으로 가서는 물만 자꾸만 들이킨다.

“아니, 여보! 왜 어항 물을 갈고 그래요. 빨리 가경천에 갔다가 놓아주면 될 것을. 내가 보기는 날이 더워서 그래요. 조그마한 어항에 저렇게 뚱뚱한 붕어 다섯마리가 있으니 병에 안 걸리는 것이 이상하지. 당신은 지금 금붕어를 사랑한다고 그러지만 내가 보기에는 금붕어를 학대하는 거예요. 당신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서 결국 금붕어를 학대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요.”

나는 아내의 말에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아! 그래 맞아. 나의 집착이 금붕어를 병들게 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금붕어가 불쌍해졌다. 아내의 말대로 그들을 놓아주려고 결심을 하니, 가경천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혹 큰 비가 오면 그들은 모두 하류로 흘러가 다시는 못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금붕어를 충북대학교에 있는 연못에 놓아주기로 결정하고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커다란 비닐봉지에 금붕어를 담아 충북대학교로 향했다.

어제 밤새도록 내린 비 때문인지 연못에는 물이 가득하고 여기저기에 수련이 예쁘게 피어 있어 환상적이다. 봉지에서 나온 금붕어들도 나와 헤어지기가 싫은지 한참이나 내 주위에 머무르다가는 큰 금붕어를 따라 서서히 연못 가운데를 향해 헤엄쳐 나간다. “정말 잘했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에 있어? 다 나의 욕심이고 집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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