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여진구

우선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이렇게 ‘난리’가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고등학생인 그에게 ‘누나’들이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 하지만 미소년은 누나들을 사로잡았다. 여진구(18)에게는 아직 익숙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2010년 KBS 2TV ‘성균관 스캔들’ 직후 박유천, 2012년 ‘해를 품은 달’ 직후의 김수현에게도 ‘누나’들은 “오빠!”를 외치며 열광했다. KBS 2TV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현대의 미소년이자 조선시대의 ‘꽃선비’로 분한 여진구를 최근 만났다.’

◇소년, 자라다

젖살은 싹 빠졌고, 일찍 변성기를 거친 목소리는 한층 더 굵어졌다. 어깨는 벌어졌고 얼굴에는 날렵한 선이 잡힌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 18세. 연기경력 10년의 ‘내공’이 더해지면서 제대로 쓸만한 ‘재목’이 됐다.

3년 전 MBC TV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의 아역을 연기할 때도 소년티를 벗어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지만 그래도 솜털은 보송보송했다. 하지만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성균관 유생으로 변신한 지금의 그를 보면 ‘폭풍 성장’이라는 단어가 제격이다.

“지난해부터 부쩍 많이 큰 것 같아요. 일부러 몸을 만들지는 않았고 살을 좀 빼려고 노력했어요. 이번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오니까 좀 더 다르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마냥 어린아이로 대해주셨는데 요즘엔 누나들이 ‘진구 오빠’라고 많이 부르세요.(웃음)”

배우는 목소리로 50%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여진구는 그런 점에서 중저음의 굉장히 매력적인 목소리를 자랑한다.

“목소리는 타고 난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 목소리가 이러세요.(웃음) 중학교 때 변성기를 겪었는데 고등학교 와서 좀 더 더 낮아졌어요.”

여진구는 8살 때인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했다.

꼬마 여진구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멋있게 보여 엄마를 졸라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3개월 만에 캐스팅된 ‘새드무비’에서 사랑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뿌리깊은 나무’, ‘타짜’ 등에서 이범수, 지성, 장혁, 주진무, 조인성, 이준기의 아역으로 부지런히 활동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준수한 청년’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그는 ‘보고싶다’에서 박유천의 아역을 맡아 어린시절 감당하기 힘든 사건을 겪는 소년의 모습을 소화했고,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타짜-신의 손’, ‘백프로’, ‘의궤, 8일간의 축제’, ‘내 심장을 쏴라’ 등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외형적으로는 물론이고 연기적으로 자라났다.

“중1 때 본격적으로 연기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어요.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실제 하이틴인 내 나이에 맞는 마지막 작품”

올해 고3인 여진구는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그는 현대의 고등학생과 조선시대 성균관유생을 오간다.

“제가 우리나라 나이로 열아홉이라 실제로 하이틴일 때 교복 입고 찍는 작품은 이게 마지막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무엇보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여진구가 누구의 아역이 아닌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을 맡은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그만큼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성인 연기자가 돼가는 게, 주인공을 맡는 게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생각이 주가 되면 안될 것 같아서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제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자연스럽게 성인이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에 맞게 저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성인 연기가 목표가 아니라, 그냥 늘 연기적으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금지된 사랑’을 그린 진한 멜로다. 누나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준수한 청년으로 자란 여진구가 진한 멜로 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소재가 좋았어요.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이 궁금했어요.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면 좋겠어요.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첫사랑의 풋풋하고 아련한 느낌으로 남길 바랍니다. 또 저 역시도 앞으로 못해볼 역할 같아 욕심이 납니다.”

그가 연기하는 정재민은 뱀파이어를 혐오한다. 그런데 자신이 첫눈에 반한 마리(설현)가 알고 보니 뱀파이어었던 것이다.

“재민이가 그 사실을 알고 가슴 아파하는 절절한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재민이는 충격을 받았지만 왜 내가 먼저 그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미안한 감정이 있어요. 자기 때문에 마리가 상처를 받은 것 같아 괴로운 거죠.”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촬영한 장면 중 재민이 마리의 정체를 알고 등대에서 재회한 4회 마지막 신이 가장 어려웠다고.

“재민이의 감정이 어떤 것일까 계속 고민했어요. 배신감 같은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었을 거예요. 제가 이별을 당해본 경험도 없고, 마리가 자신이 그렇게 경멸하던 뱀파이어었음을 직접 확인받는 순간이라 감정 잡기가 어려웠어요. 또 재민은 마리가 뱀파이어라도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고요.”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지난 5일 방송된 5회부터 조선시대로 시대배경이 넘어가 재민과 마리의 인연이 300년 전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