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트립 투 이탈리아

라이벌 배우의 연기·우정 이야기

수려한 풍광·군침도는 음식 등장

 

두 친구가 이탈리아의 맛과 멋을 만끽하는 여정을 그린 ‘트립 투 이탈리아’(감독 마이클 윈터바텀)는 여행영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만한 작품이다.

중년의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영국 매체 옵저버의 제안으로 6일간 만찬을 위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피에몬테, 로마, 투스카나, 캄파니아, 카프리섬 등 이탈리아 각지를 누비며 레스토랑 식탁 앞에 앉거나 작은 차를 타고 길을 달리거나 배에 올라타 영화와 연기, 가족, 우정, 사랑을 이야기한다.

‘꽃보다 할배’ 등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여행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이 실제인지 각본 드라마인지 헷갈린다는 것이 여행기로서 이 영화의 큰 장점이 된다. 윈터바텀 감독은 전편 ‘더 트립’과 마찬가지로 단 50페이지짜리 시나리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에서 며칠간 머무르며 두 배우의 머릿속에 든 지식들을 끄집어내 대사로 활용했다.

전편에 이어 자기 자신인 ‘배우 스티브 쿠건’과 ‘배우 롭 브라이든’ 역을 연기한 두 배우의 호흡은 ‘찰떡 궁합’이다.

영국의 ‘국민 MC’격인 브라이든은 알 파치노, 크리스찬 베일, 톰 하디 등 온갖 배우들의 성대모사를 선보이고 대본에 없는 ‘애드립’을 끊임없이 선보인다.

그런 브라이든을 ‘구박’하면서도 은근히 장단을 잘 맞춰주는 쿠건은 여행길에 오른 성공한 배우의 유쾌함과 더불어 아들과 통화하면서 느끼는 중년의 위기감과 허전함 등을 적절히 조화시켜 인간다운 매력을 발산한다.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인 두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감독은 이들의 발자취를 햇빛 쏟아지는 이탈리아의 풍경과 함께 엮으며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표면적으로 두 배우는 이탈리아에서 여생을 보낸 영국 시인 바이런과 셸리의 자취를 따라가지만 영화는 연기와 여자, 가족을 이야기하는 두 배우의 자취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 여정에서 억지로 감상과 감동을 짜내지 않고 소소한 유머 속에 부드럽게 러닝타임을 흘려보낸다는 점이 잘 만들어진 여행 영화로서 ‘트립 투 이탈리아’의 가장 든든한 강점이다.

배우들의 모습 앞뒤로는 수려한 풍광과 군침 도는 음식 장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관객 역시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달콤한 인생)!”를 외치며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게 하는 즐거운 장면들이다.

오는 4일 개봉. 10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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