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영 청주청원도서관 사서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노년의 건강도 이제까지 없던 가능성을 바라보게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병들고 약해져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고, 최대한 늙지 않기를 바란다.

노년은 이렇듯 나쁘기만 할까? 늙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늙지 않고 사는 것보다 잘 늙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노년에 관하여’는 암살로 비극적 생을 마감한, 2천년 전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노년의 의미에 대해 들려주는 대화편이다.

키케로는 84세의 대 카토의 입을 빌어 30대의 스키피오와 라일리우스에게 삶의 진리를 들려준다. 그가 이야기하는 노년의 진리는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쉽고 단순하지만, 그 간결함은 깊고 감동적인 울림을 담아 우리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키케로는 카토의 입을 통해 노년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노년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허약하게 하고, 쾌락을 앗아가고,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이 잘못되었음을 하나 하나 짚어준다.

노년은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지혜와 판단력, 분별력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기억력 감퇴는 노력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 체력 약화는 자신의 나이에 적절하게 힘을 쓰면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쾌락의 약화를 통해 우리는 덧없는 욕망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노년이 죽음으로부터 가까운 것은 사실이나,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노년은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다. 노년에 맞는 인생법과 즐거움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은 또 희망할 것조차 없다고들 말하겠지, 허나 노인은 젊은이 보다 형편이 더 나은 셈이네. 젊은이가 바라던 것을 노인은 이미 얻었으니까 젊은이는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노인은 이미 오래 살았으니 말일세.-79p

인생의 주로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번만 가게 되어 있네.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44p

인간은 매 시기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사라지는 매력이 있지만, 그만큼 새로 획득하는 매력도 있는 법이다. 노년은 쇠락하고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한 부분이다. 포도주가 오래되었다고 모두 시어지지 않듯이, 늙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비참해지거나 황량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년은 충분히 아름다운 시기이다.

고전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으로 선뜻 손대지 못했던 당신, 한 번 용기를 내 책장을 펼쳐보시길. 쉽고 재미있는 고전 입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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