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은 유권자힘으로]-연고주의 타파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17대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개혁요구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같은 움직임은 매번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던 현상이지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정치권의 불법자금모금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정치권의 못된 풍토를 묵과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정치권은 그간의 불법을 관행이라고 변명하면서 스스로 개혁을 외치고 있으나 정치 후진국 가운데 경제 선진국이 없었던 역사에 비춰볼 때 급변하는 세계적 흐름 한복판에 선 한국으로서는 정치변화를 그들에게만 맡겨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방법은 한가지. 유권자들이 변해서 정치권의 왜곡된 발상을 억지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충청매일는 답습되는 선거풍토 개선을 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 중에 연고주의(緣故主義)가 있다. 얽히고 설킨 독특한 대인간 관계를 중시한다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간에도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등을 따지다보면 사돈의 팔촌까지 나오고 이웃사촌에 학교 선후배 등 연줄이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의 복잡하면서도 친밀한 관계설정이 된다.

비단 정치판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각종 모임도 이들 바탕으로 패가 갈리고 이로 인해 대립과 화해가 반복된다.

정(情)으로 엮인 사회는 이해심이 바탕이 돼 상대방을 역지사지(易地思之) 심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런 주관적 상황보다 객관적 상황이 중시돼야 할 정치판에서는 집안이나 지역간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더 많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정견발표장 등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건네는 의례적 인사 다음이 연고를 강조하는 말이다.

선거 후 득표 분석에서 “고향에서 표가 조금만 더 나왔어도 당선됐다”, “출신지역에서 몰표를 안줘 낙선했다”는 등의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농촌지역에서, 특히 여러지역이 합쳐진 선거구에서 더 심해 정책대결은 아예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제천 출신인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번 총선에서 제천겢輧?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설 전에 고향 지인들을 만나 지역 분위기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수석은 이들로부터 “연고가 약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서울 도봉을 선거구에서의 출마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유 전 수석의 인물 됨됨이나 그가 향후 주창할 정책은 아예 발도 내밀지 못한 꼴이다.

최근 모 정당의 후보자 확정을 위한 면접에서는 한 공천신청자가 상대방을 겨냥, 청주지역 특정학교 동문들을 거론하고 그가 공천을 받으면 그 동문들이 떨어뜨릴 것이라고 면접위원들에게 말한 것이 지역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이 공천신청자는 자신이 지목한 특정학교 출신으로 현실 정치판 편향된 시각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한 정치신인은 “사람들이 출신 지역과 학교를 물어 ‘타도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며 “연고의 벽이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고 난감해 했다.

그는 출마 지역과의 연고는 달랑 대학 하나 뿐이라며 “정책대결을 모토로 삼았지만 쉽게 어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재봉 충북총선연대 사무처장은 “정당간 정책 차별성이 없기때문에 연고주의가 판친다”고 분석하고 “정당간 이념적 색깔이 분명히 하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권자들이 선거를 국가차원의 정책평가 수단으로 여기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