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vN ‘미생’ 한석율 役 변요한

독립영화 떠오른 신예로 주목

‘미생’ 한석율 연기로 스타덤

중 1때 연극경험 후 배우 꿈꿔

부모님 반대 불구 한예종 입학

‘한석율’은 되게 멋있는 사람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도 가져

스타 되겠다는 생각 한 적 없어

대한민국에 필요한 배우 되고파

“첫 촬영 열흘 전 캐스팅이 됐어요. 한석율 캐릭터가 가장 늦게 결정된 거죠. 앞서 300명 정도가 오디션을 봤다는데, 제가 바로 한번에 오케이를 받았어요. 근데 지금껏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붙었는데 촬영이 엎어진 경험도 많아서 실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별 기대를 안했어요. 하지만 정말 열흘 뒤 드라마 첫 촬영을 했고, 그날 바로 제가 촬영을 했어요. 아직 완벽하게 캐릭터 분석도 못 끝냈고, 스타일도 완성하지 못했던 상태라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이렇게 써놓은 글로만 보면 tvN ‘미생’ 속 한석율이 특유의 리듬을 타고 속사포처럼 내뱉은 대사 같아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이 말을 한 배우 변요한(29)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한석율은 그야말로 연기였다. 변요한은 한석율과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제가 낯가림이 심해요. 동갑내기 남자들과는 친해지면 잘 어울려도 선배님이나 여성 분들과는 말을 잘 못해요. 강소라씨와도 드라마 끝나고야 말을 놓았고, 극중 성대리 역의 태인호 선배와도 촬영 내내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만 했어요.(웃음)”

역시 상당히 수줍어하고 어색해하며 그가 한 말이다. 한석율을 기대(?)하며 왁자지껄하게 반겼던 기자가 다소 미안하고 머쓱해지는 상황. 하지만 곧바로 아주 찰나의 시간차를 두고 한석율을 연기로 탄생시킨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생각보다 좀더 괜찮게 여겨졌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막을 내린 ‘미생’에서 오지랖 넓고 인간미와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한석율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변요한을 지난 5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한석율은 제게 굉장히 낯선 인물이고 당황스러운 캐릭터였습니다. 동시에 제가 가장 사랑했고 친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선물 같은 캐릭터였죠.”

‘인생은 한방’이라는 말이 있듯, 연예계에서도 히트작 하나로 그 전과 후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변요한도 ‘미생’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경우다.

나름대로는 독립영화를 수십편 찍었고, 그를 통해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대중이 그를 알게 된 것은 ‘미생’ 덕분이다.

변요한은 우연한 기회에 중1 때 연극무대에 올랐다. “아버지 친구 분이 기획한 연극이었는데 당시 유명브랜드 옷을 사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얼결에 연극을 하게 됐어요. 내성적이고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는 제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중국 하얼빈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돌아와서는 군복무를 했다.

그는 제대하자마자 대입시를 치러 한국예술종합학교 09학번으로 입학했다.

‘목격자의 밤’ 등 30여 편의 단편영화를 거쳐 ‘들개’로 장편영화 신고식을 치렀던 변요한은 첫 드라마 ‘미생’에서 제대로 된 한방을 날리면서 마이너 무대에서 메이저 세상으로 나왔다.

그는 한석율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따발총 대사’를 꼽았다.

“정적인 역할만 해왔고, 실제 제 모습과도 많이 달라서 한석율의 대사를 소화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PD님이 ‘리드미컬하고 다이내믹하고 창의적이며 유쾌하게’하라고 주문하셨는데(웃음) 대사량이 많아서 외우기도 벅찬데 거기에 리듬을 넣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또 큰 액팅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역할을 맡고 커피숍에 가보니 그전까지는 눈에 안들어오던 상사맨들의 액션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분들은 실제로 한석율처럼 손짓, 발짓 크게 하시고 액팅이 크세요. 아,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느꼈죠.”

‘변태 단발’이라는 헤어스타일에 온갖 참견을 하는 캐릭터로 드라마의 유머와 코미디를 상당부분 책임지는 한석율이었지만, 변요한은 “한석율은 절대로 우스운 존재가 되면 안됐다”고 강조했다. “변요한은 우습게 보여도 되지만 한석율은 절대로 우스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되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연기했습니다. 생각이 분명하고 열정적이잖아요.”

그는 “과연 내가 이 대본대로 해낼 수 있을까 매번 두려웠고 마침내 해내고 집에 갈 때의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기회가 되면 뮤지컬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코미디, 스릴러 등 모두 다 해보고 싶다”는 그는 “단 한번도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대신 대한민국에 필요한 배우, 꼭 생각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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