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특집 시청률 20% 돌파
40대 남녀, 그때 그시절에 열광
90년대 복고풍 열풍에 정점 찍어

멤버들 잇단 추문으로 하차불구

위기를 기회 삼아 재도약에 성공

지난 연말 출시된 ‘2015년 무한도전 달력’ 표지에는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멤버 길과 노홍철이 쏙 빠졌다.

7명으로 꾸려가던 MBC TV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잇단 음주운전으로 불명예를 안았고, 이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연말을 앞두고 5명 체제로 규모가 축소됐다.

지난해 방송 400회를 자축하고 올해는 방송 10년을 맞이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같은 잇단 ‘추문’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멤버들이 인기에 취해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실망이 이어졌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제목 그대로 ‘무한도전’이었다. 리더인 유재석의 입을 빌려 방송에서 멤버들의 추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는 한편, 위기를 기회 삼아 다시 심기일전해 추락하는 듯했던 프로그램을 잇달아 재도약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방송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는 언젠가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마의 시청률이 돼버린 전국 시청률 20%를 가볍게 넘어섰다. 전국 22.2%, 수도권 24.9%의 시청률은 지상파 TV에서 달아나버린 줄 알았던 예능프로 시청률 20%를 되찾은 것이다.

 

▶40대 남녀 ‘토토가’에 열광…‘1990년대 소환’ 정점

MBC는 4일 “전날 밤 ‘무한도전 토토가’를 가장 많이 본 성·연령층은 40대 여성”이라고 밝혔다. MBC는 시청률조사회사 TNMS의 자료를 인용해 3일 ‘무한도전 토토가’는 여자 40대(28.3%), 여자 50대(22.3%), 남자 40대(21.5%), 여자 30대(21.3%), 여자 20대(21.0%) 순으로 많이 시청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청춘을 향유한 30~50대가 가장 많이 ‘토토가’를 시청했고, 특히 40대는 남녀 모두가 지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무한도전’이 선보인 ‘토토가’ 특집에 경쟁사인 KBS와 SBS 예능국은 한방 제대로 맞았다. 이제는 잊혀진 이름이 됐거나, 아예 마이크를 놓아버린 1990년대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그때 그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기획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한도전’이 ‘토토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많은 가수가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애초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무한도전’은 ‘1990년대 가요계의 소환’이라는 무모한 도전에 뛰어들었고, 결국 멋지게 성공해냈다. 한동안 TV를 떠나있던 많은 시청자가 ‘토토가’를 보기 위해 지난달 27일에 이어 2주 연속 ‘무한도전’에 채널을 고정시켰고, 덕분에 멀찌감치 달아나버린 줄 알았던 시청률도 속속 귀환하며 1990년대에는 흔했던 20%를 넘어섰다. 평소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해온 ‘무한도전’은 불가능해보였던 ‘토토가’ 프로젝트로 시청률이 무려 10여%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tvN이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라는 두 편의 드라마로 1990년대를 TV 앞으로 끌어오면서 시작된 1990년대 복고 열풍은 지상파인 MBC가 ‘토토가’를 선보이면서 그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선택 2014’에서도 위기관리법 보여줘…음주운전 반성도 프로그램화

‘무한도전’은 이처럼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기획으로 추락의 위험을 극복해내며 10년 묵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토토가’의 성공은 400회 자축을 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노홍철의 음주운전으로 냉각되는 듯했던 ‘무한도전’의 분위기를 바닥치고 다시 비상하게 만들었는데, 그에 앞서 ‘무한도전’은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차세대 프로그램 리더를 뽑겠다는 ‘선택 2014’를 진행하며 그 직전 벌어진 길의 음주운전과 하차를 이겨냈다.

5월 한달간 진행한 ‘무한도전 선택 2014’는 한때 압도적인 1위였지만 언젠가부터 경쟁프로인 SBS ‘스타킹’, KBS2 ‘불후의 명곡’ 등과의 경쟁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준 ‘무한도전’이 자신들의 위기를 점검하면서 그것을 상품화한 프로젝트였다.

‘무한도전’은 자신의 위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희화화’하는 동시에, 6·4지방선거를 앞둔 기막힌 시의성을 한껏 활용하며 시청률도 잡고 프로그램에 대한 ‘재신임’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당시 ‘선택 2014’ 투표에는 무려 45만8천398명의 시청자가 참여했다. ‘한낱’ 예능 프로그램에 보여준 시청자의 관심을 폭발적이었다. 종종 한자릿대로 추락하던 시청률도 12~13%까지 올랐다.

‘무한도전 선택2014’는 ‘무한도전’이 시청자와 머리를 맞대 자신들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무한도전’에는 어떠한 아이템도 가능함을 새삼 보여준 사례였다.

이같은 ‘무한도전’의 자세는 멤버들이 잇단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사실도 프로그램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무한도전’은 ‘토토가’에 앞서 멤버들이 지인의 강력한 ‘술자리 초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몰래 테스트하는 아이템을 기획해 방송했다. ‘물의’에 따른 공개 사과에 이어 위기를 프로그램화하는 전략을 통해 반성하는 모습도 상품화했다.

이러한 ‘무한도전’이 올해 방송 10년을 맞아 또 어떤 기획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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