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박태환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 사생활 보도 계속 노출
“뉴스 정의·가치 애매해져 국민들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 발생”

▲ 박태환·김연아·손연재 선수 (왼쪽부터)

언론과 이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연예 매체의 경우, 언제나 유명인들의 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 때문일까. 종종 연예면에 얼굴을 비추는 스포츠 스타들이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 ‘마린보이’ 박태환, ‘체조요정’ 손연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은 어느 새 연예면의 단골 손님이 됐다.

김연아 선수와 아이스하키 김원중 선수의 교제는 지난 3월 한 연예 매체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매체는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6개월 동안 잠입 취재를 벌였고, 결국 두 사람은 타의에 의해 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별 사실도 스포츠가 아닌 연예면을 통해 제일 먼저 공개됐다. 스포츠 선수인 두 사람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예 매체가 함께한 셈이다.

최근 SBS 장예원 아나운서와 열애설에 휩싸인 박태환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 연예 매체가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포착했고, 이들의 교제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사가 보도됐다. 장예원 아나운서와 박태환 측은 입을 모아 ‘만남을 가진 것은 맞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처음 보도된 기사의 내용에도 두 사람이 교제한다는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다. 아예 제목에 ‘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정도다. 단순 만남까지 보도하는 현상에서 연예 매체들이 두 사람에게 가진 높은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박태환 측은 이 같은 보도에 “지나치게 급한 언론사의 보도에 두 사람은 어떤 감정도 더 이상 나누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20대에 이성친구와 편히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슈가 되는 인물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만 연예 매체의 성역(?) 없는 열띤 보도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많다. 연예인이 아닌 스포츠 선수까지 다루는 것은 과도한 이슈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연예 매체’가 아닌 ‘열애 매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만큼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진 스포츠 스타도 이제는 연예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됐다. 김연아 등 연예인만큼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이지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그들이 하는 경기인 것 같다”면서 “연예인과 동일시 돼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고 바라봤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매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인스턴트성의 정보를 찾게 됐고, 매체들도 돈을 벌기 위해 조회수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그렇다보니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자극적이고, 사생활을 들추는 가십성 기사에 관심이 많아지게 된다. 수요는 많은데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으니 조금이라도 인기가 있고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라면 보도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뉴스의 정의와 가치가 애매해진다. 정말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져서 사회 정책과 이슈가 소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일명 3S 정책(섹스, 스포츠, 스크린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독재정권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즐겨 쓴다는 정책)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식이다”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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