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청주시(청주시립도서관)에서 2006년부터 시작한 ‘책읽는청주’는 청주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책과 가까워짐으로써 또 다른 책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시민독서운동이다.

올해로 제13회를 맞이한 ‘책읽는청주’의 대표도서인 이현수 작가의 ‘나흘’이라는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작품이다.

여러 유명 작가들의 쟁쟁한 후보 작품들을 제치고 이 작품이 선정된 이유는 충북 지역 작가의 작품으로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작가가 한 치의 치우침 없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문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그 내공이 놀랍고, 드라마(신 기생뎐)의 원작자이기도 한 작가만의 유려한 필력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대중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요소들로 엮어내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설 ‘나흘’의 지역적 배경은 예부터 동학혁명으로 그 기세를 떨쳐오던 영동 황간 지역.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수세에 몰린 미군이 은밀히 추진하던 블루하트 작전과 크로마이트 작전, 그 작전의 틈바구니에서 일어난 노근리 사건을 배경으로 대대로 이어오는 내시 집안과 내시 집안을 지키던 하인家 사람들, 그리고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인 전쟁 속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파괴된 인생, 배신, 상처, 어긋난 사랑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한국전쟁의 큰 흐름을 짚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저 전쟁이라는 비극 속을 살다간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마치 안팎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불현듯 박노해 시인의 ‘가을볕’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그래서 왠지 오늘은 맑은 가을볕에, 빈들을 홀로 지키는 듯 외로운 모든 사람들의 상처를 가만히 말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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