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선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얼마 전 출근길에 주변을 살펴보다 보니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가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사는 곳이 아파트 밀집 지역이긴 하나 ‘십여 곳이 넘는 치킨가게가 과연 운영이 잘 될까’라는 의문이 들게 될 즈음 읽게 된 강준만 교수의 ‘감정독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감정 독재에 관한 50개의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왜 대학 입시 제도는 자주 바뀌는지,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지,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지,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왜 치킨 가게가 3만개를 넘어섰는지,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지는지, 왜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왜 프로젝트 팀의 인원이 10명을 넘으면 안 되는지, 왜 어떤 기업들은 절대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지, 왜 인터넷에 ‘충격’, ‘경악’, ‘결국’, ‘헉!’ 낚시질이 난무하는지,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지 등 흥미있는 주제들이 감정 독재 이론 속에 총망라된다.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고 여러 분야의 수많은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과 유사 이론을 끌어들여 답을 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의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 부분은 이론이 있을 때에 더 쉽고 정확하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론은 사실상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에서부터 개인의 심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론을 알거나 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도움되는 게 많다.

특히 사실과 정보의 홍수 또는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이론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실과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론으로 모든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무리지만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열린 시야를 갖자고 말한다.

과연, 우리가 감정이라는 사슬에 묶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다거나, 뻔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왜 포기하지 못하는지, 왜 나는 그 일에 고집을 피우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면 그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왜 지속적인 실수에도 불구하고 과오를 반복하는가, 왜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는가, 사회적 피해와 사회적 비용은 점차 불어나는데 우리는 그것을 예견하지 않았었는가, 왜 행동하지 않는가 등….

한국사회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물음들에 대해 잠시나마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