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딸이 시험이 다가오면 시험을 한달 정도 남긴 때부터는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학원에서 새벽 1시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 탓에 학원으로 데리러 가면 우리 딸만이 아니라 수많은 딸 또래의 학생들이 학원 문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지금부터 이렇게 공부를 시켜야 하는가 하는 서러움이 복받쳐 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광주의 D여고 2학년 장로사양이 새벽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장양의 죽음이 충격을 안겨다 준 것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장양이 입시제도의 거대한 거미줄에 걸려 여고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벌레가 되어 피곤과 잠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생활하다가 사고 당일도 늦은 공부를 마치고 학원차량을 이용해 집으로 가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차량에 받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장양은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오전 7시30분 학교에 도착해 보충수업을 받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정규수업,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학교에서 보충학습,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자율학습, 오후 10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영어 수학의 학원수강,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새벽 2시30분에 귀가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하니 어느 한순간 편하게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즐기고 마음의 평온을 느끼며 얄개시절의 꿈을 스케치 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시절과 비교한다는 것은 너무 큰 차이가 있겠지만 내 고교시절은 지금처럼 현란하고 요란한 입시전쟁을 치루지는 않았다.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 수업하고 8교시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소꼴을 베어 놓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거나 청미천으로 달려가 피라미나 모래무지를 잡아 구워먹고, 비가 오는 날이면 족대를 둘러메고 도랑으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먹던 추억만 남아있지 학원을 다니거나 밤늦도록 대학입시를 공부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시골 특성상 부모님들이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조차 부담으로 여기셔서 처음부터 대학에의 꿈을 접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누구하나 열심히 대학에 진학하려고 입시에 매달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한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현재는 모두들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인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현재의 입시제도에 따른 학생들에 대한 강요식 교육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자식들에게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녹음으로 펼쳐진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즐기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독서를 하며, 미래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입시지옥이라는 단어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사회의 우등생으로 진출한다는 것이 부모들이 바라는 자식에 대한 최상의 바램일 수는 있겠지만, 사회의 우등생만이 행복한 것도 인생의 승리자도 아니라면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올바로 자라는 자식이나 부모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주는 선물이 아니겠는가.

(law3000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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